diary 97

과제

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들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나는, 지극히 소박하고 상식적인 신념들을 개인적 차원에서 게으르게 실천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교육에 관해서 나는 '~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 보다 오히려 '~을 하지 말자'고 말하는 소극적인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 하한선을 지켜내는 것이 어렵다. 하고 있는 일이 이렇게 초라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모르고 오케이했냐, 예상한 일 아니냐, 고 마음 한켠에서 비난하는 소리도 들린다. 현재 처한 현실에서 내가 선택하는 것들이 그동안 지켜온 소박한 신념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이길 바란다. 겸연쩍고 난감해 할 때, 잘 할 수 있을거라고 격려해준 친구들의 말을 믿자.

diary 2009.10.05

9월 10일

◆ 가만히 앉아 있다가 이렇게 한가로울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야말로 '벌떡'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언젠가 잡지에서 본 적이 있는 있는 미술관이 생각나서 무작정 진천으로 차를 몰았다. 길에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금방 점심을 먹었는지 이빨 사이에 고추가루가 낀 주유소 아저씨는 열심히 팔을 휘져으며 길을 설명했고, 농협 직원은 친절히 약도까지 그려주고 가다가 못찾으면 연락하라고 명함까지 건네주었다. 기분이 좋았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작은 善들에 요즘 크게 감동한다. 얼마 전 부터 그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에서 주인공 꼬마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제안한 숙제가 머리속에 맴돌았었다. 바로 이 피라미드. 나는 점점 거대담론이나 어떤 대의명분 보다 일상적 태도들..

diary 2009.09.10

부녀

남편과 어제 꽤 진지하게 영민이 이야기를 했다. 둘 사이에 관해서 내가 그동안 느끼고 있는 것들을 그냥 담담하고 차분하게 말했다(흥분하지 않고 조용조용 말하는 나의 태도를 스스로 대견해 하며^^;;). 남편은 예의 그 '기본'을 말했다. 아이에 대해 짜증스럽고 실망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좀 놀랐다. 자기 기준을 기본으로 말하는 권위적인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 확 들었다. 아이의 교육에 관해서는 굉장히 많은 부분, 남편을 믿고 의지해왔던 게 사실인데 많이 당황스러웠다. 말하는 동안 남편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점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그 점이 나는 또 많이 섭섭했다. 결국은 조곤고곤 꼬셔서 남편의 자아비판을 받아내긴 했지만(ㅡ,.ㅡ;;) 두고 볼 일이다. 말하는 동안 우리..

diary 2009.08.31

여름 마지막 산행

흘림골-등선대-주전골-오색약수 수해의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복구가 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할 것 같다. 없었던 계곡이 생기고(ㅡ..ㅡ;;), 산 중턱까지 쓰러진 나무들이 그대로 엎어져 있었다. 그래도 설악산은 눈 길을 주는 곳 마다 절경이다. 이제 야영은 생각도 안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선생님은 지금 내 나이에 10월에도 야영을 하셨더라. 지난 번 둥지봉에도 안올라가시더니만 이번에도 온종일 운전만 하시고는 산에는 오르지 않으셨다. 늙으신게야. 마음이 짠하다. 좋은 일에 사심없이 기뻐하고 격려해주는 그들이 있어서 참 좋다. 순간순간 고마움을 느낀다.

diary 2009.08.31

어디 나도 한 번..

1. 나의 이름은 입니다. 2. 사는 곳은 이고요. 3. 키는 고요. 4. 몸무게는 고요. 5. 생일은 이어요. 6. 형액형은 이고요. 7. 취미는 요. 8. 특기는 요. 9. 좋아하는 것은 요. 10. 싫어하는 것은 이고요. 11. 성격은 고요. 12. 첫사랑은 고요. 13. 지금 쓰고 있는 샴푸는 고요. 14. 스킨로션은 라인이고요. 15. 쓰는 향수는 고요. 16. 핸드폰은 어요. 17. 좋아하는 이성스타일은 고요. 18. 싫어하는 이성스타일은 이고요. 19. 제 친구들은 이고요. 20. 할 일 없을 때는 요. 21. 친한 친구들은 요. 22. 인사할 때는 요. 23. 밥 먹기 전 요. 24. 소풍을 갈 때는 요. 25. 애교를 떨 때는 요. 26. 눈물이 나면 요. 27. 친구가 화나면 요. 28..

diary 2009.08.15

여름 휴가

올레길을 걸었다. 아주 오랜 친구들과 즐겁게 걸었으나 다음에는 혼자서 걸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한라산을 오르지 못한 것도 아쉽고. 올레에 대한 제주 원주민들의 생각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시골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올래길이 올래의 의미를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더위에 올래길을 걷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이 길은 또 다른 형태의 제주 관광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소박한 생활 공간을 타인들에게 관광명소로 내주어야 하는 제주 원주민들의 마음과 다시 와서 올래를 걷고 싶은 내 마음이 가깝지 않았다. 올레길 끝에서 만난 물고기 까페. 어떤 시골 아저씨에게 길을 물어보았는데, 아무래도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 것 같더라. 장선우. 카페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나왔다. 카페는 제..

diary 2009.08.07

公私

'공사구분'이라는 말은 종종 아주 기만적으로 사용된다. 이 말의 쓰임이 특히, 어떤 사안에 대하여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얽혀 있을 때 빈번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 말의 기만성은 더욱 분명해 진다. 이럴 경우 이 말의 진의는 '공적인 일에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말라'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사적인 감정을 교묘히 공적인 사안에 작동시키고 있다'는 것의 자기증명이다. 그들 말대로 공사를 구분했다면, 그렇게까지 J에 대하여 공격적일 수 있었을까. 일련의 사태 속에서 나는 차라리 솔직한 감정적 공격이 공사운운하며 사적 감정을 공적으로 위장하는 것 보다 오히려 덜 사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적으로 얽혀 있는 사람들 끼리 공사 어쩌구 하는 것도 참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J에 대한 나의 사적인 호의는 ..

diary 2009.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