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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22. 20:47

'벌새'를 봤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를 2시간 넘게 끌고가는 감독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보는 내내 은희의 마음에 집중했다. 조마조마하고 답답하고 외롭고 화나고...., 그래도 은희는 살아갈 것이다.  두어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 것 같다. 은희가 '여러분'의 뽕짝 버전에 맞춰 거실에서 소리지면서 춤(?) 아닌 춤을 추는 장면, 바로 뒤에 이어지는 영지선생님이 보낸 스케치북 선물을 받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장면, 영지선생님의 편지를 배경으로 수학여행에 들뜬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따라가는 은희의 시선. 은희는 영지선생님의 편지대로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희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학원을 그만둬서 미안해. 돌아가면 모두 다 이야기해 줄께.

김영지

사는 게 참 먹먹하다. 감독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했던가. 누구든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다. 영화를 만들고 감독이 어떤 면에서 해방감을 느꼈을 것 같다.

각자의 삶의 무게에 허우적거리느라 가족은 서로를 봐줄 틈이 없다. 은희가 엄마를 부르는 장면, 카메라가 하늘을 봐라보는 엄마의 등을 계속 잡아내는 데 휘적휘적 걸어가는 엄마의 마음과 돌아보지 않는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은희의 마음이 모두 느껴졌다. 강해보이지만 강하지 않은 아버지와 부모의 기대가 버거운 오빠, 속을 알 수 없는 언니를 감독은 자신의 시선대로 가감없이 그려낸다.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각자가 짊어진 무게와 그 무게 때문에 스위트 홈 따윈 생각할 수도 없는 현실을 아주 아주 리얼하게 그린다.

다행히 은희는 영지선생님의 편지를 삶의 좌표 삼아 살아갈 것이다. 돌아가면 모두 다 이야기해 줄께. 영지선생님이 이야기 해주겠다는 것을 스스로 찾아가면서.

*포스터를 왜 이렇게 음습하고 축축하게 그렸을까. 보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