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

벌새

'벌새'를 봤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를 2시간 넘게 끌고가는 감독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보는 내내 은희의 마음에 집중했다. 조마조마하고 답답하고 외롭고 화나고...., 그래도 은희는 살아갈 것이다. 두어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 것 같다. 은희가 '여러분'의 뽕짝 버전에 맞춰 거실에서 소리지면서 춤(?) 아닌 춤을 추는 장면, 바로 뒤에 이어지는 영지선생님이 보낸 스케치북 선물을 받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장면, 영지선생님의 편지를 배경으로 수학여행에 들뜬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따라가는 은희의 시선. 은희는 영지선생님의 편지대로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희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

film 2019.09.22

정희진처럼

「정희진처럼 읽기」를 접한 후로 정희진의 글을 신뢰하며 읽는다. 「혼자서 본 영화」를 읽었다. 이 여성은 참~ 정희진의 글을 읽다보면, 상대적으로 내가 인생을 건성건성 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드시, 꼭 이것이어야 하는 것도 없고, 반드시 꼭, 안되는 것도 없는 인생. 나는 늘 적당히 대충대충 산다. 상처의 크기는 권력의 크기이기도 하다. 상처를 강조하면 상대방의 권력도 커진다.~~'우리'의 상처가 크고 작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슈가 되면, 우리는 지배 집단과의 싸움보다 누가 더 큰 상처를 받았는가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문제는 '그들'이 사는 매커니즘 자체이고 그들의 잘못이지 '우리의 약함'이 아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대한 글 중, 105- 조금 다른 이야기..

between pages 2018.05.16

북촌방향

K와 이야기 중에 요즘은 두 사람 모두 책도 안읽고, 영화도 안본다는 것을 알았다. 모처럼 한가한 주말, 영화상영표를 뒤져보니, 을 하루 1회 상영하는 곳이 있었다. 하루 1회 상영할만 했다. 시간 맞춰 들어갔는데 관객이 없었다. 영화가 막 시작하려고 할 때 중년의 두 남녀가 들어왔다. 총 3명의 관객. 사람들이 영화를 '영화'로 즐기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어머, 영화같다!'할 때의 그런 '영화') 홍상수 영화는 언제나, 항상 영화 같지 않은 영화이다. 나 또한 홍상수 영화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좀 달랐다. 예전에는 '뭐 저런 걸 영화로 까지...'라는 생각으로 조금 냉소적인 태도로 팔짱을 끼고 영화를 봤다면, 은 '흐흐흐 그렇지'하면서 공감하며 봤다(그 공감이..

film 2011.10.17

투 아이즈

특별히 인상적인 영화는 아니었으나, 간단하게 메모는 하고 싶은 영화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끝내는 엄마를 죽음으로 내몬다는 이야기에 호러적 색채를 가미한 영화다. 차라리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감당할 수 없는 소녀의 감정은 엄마의 일기에 등장하는 엄마의 쌍동이 여동생 카렌의 것으로 치환된다. 엄마와 카렌의 관계와 엄마와 소녀의 관계를 교차시키면서 감독은 소녀의 영혼을 엄습한 어두움과 거기서 비롯된 소녀의 사악함 혹은 깊은 슬픔을 설명한다. 소녀의 행위에 대해 섬뜩함 보다는 연민과 애처로움이 더 느껴지는 것은 감독이 소녀의 감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세심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우 고전적인 테마이고 여러 영화에서 변주된 줄거리이긴 하지만 인간의 마음에 대한 성실한 성찰이..

film 2010.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