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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4 22:03
나는 고3엄마로서 하는 일이 없다. 늦은 밤에 오는 아이를 마중나갈 뿐이다. 때맞춰 영양식을 해 주지도, 간식을 챙겨주지도 않았다. 익히 알고 있는 일이지만 타인을 통해 그것을 확인하는 일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작곡공부를 하는 아이는 매일 레슨을 받으러 먼길을 오르내린다. 애시당초 악착같이 열심히 하는 유전자를 부모로 부터 물려받지도 못했고, 그런 환경에 노출된 적도 없어 아이는 늘 해오던 대로 '그럭저럭' 제 일을 한다. 긴장감 없는 나른한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아 다그치고 화를 낸 적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그저 아이가 안쓰러워 아무 말 없이 안아주기만 한다. 오늘, 아이의 피아노 선생님한테 전화를 받았다. 분명, 아이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보란듯이 아이를 옆에 두고 하는 전화였을 것이다. 나는 무책임하고, 아이를 돌보지 않는 무심한 엄마가 되었다. 그것이 전적으로 거짓이 아니라서 나는 많이 심정이 상했다. 그리고 오늘 아이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의 전화는 하루종일 꺼져 있었다. 그리고 밤늦게 보내온 아이의 문자 "혼자갈께". 늦은 밤에 아이의 도착시간에 맞춰 터미널로 아이를 데리러 나가는 일이 요즘 내가 하는 유일한 고3엄마 노릇이다. 오늘은 그마저도 하지 못한다. 들어오면 그냥 말없이 안아줘야지, 생각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난다. 어서 빨리 이 긴 터널이 끝났으면 좋겠다.



2011/11/09 11:39

자신의 신념, 가치관 또는 욕구를 강화하거나 일치하는 메시지에 집중함으로써 의사소통을 왜곡하는 것
2011/10/30 13:20

나이 먹는 걸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 그러나 요즘들은 부쩍 나이를 의식하게 만드는 타인의 시선을 느낀다. 뭐, 반은 자격지심일 것이다. 어제는 문득 저들이 사실은 예의를 갖추고 있지만, 속으로는.... 하는 치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느낌을 받는 건 실제로 나이 드는 것과 관련하여 내가 어떤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이 나이 먹도록 이룬 것이 없다, 고 말할 수도 있다. 남편은 여러 바람직한 말로 그렇지 않다고 나를 위로할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중년 여성들이 이런 말을 할 때, 그것은 가정사와는 상관이 없다. 남편과 아이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소외감, 이런 것과도 무관하다. 그것은 오롯이 자신에 국한된 것이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것에 대한 회한 혹은 반성. 나는, 남편과 자식을 뒷바라지 하며 열심히 사느라  본의 아니게 스스로를 방치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훌륭한 사례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정말로 한심할 정도로 게으르게 살았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았고, 갈 수 있는 길을 가지 않았다. 갈 짓자로 갈팡질팡 살아와서 앞으로도 뭘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느지 모르겠다. 두려움 같은 것이 엄습해 올 때도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닥쳐올 노년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머리 속에는 노후를 아름답게 보낼 수 있는 주옥같은 명언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직접 체험되지 않은 말들은 나에게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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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쨌든 나는 내일도 일하러 나갈 것이고, 젊은 애들 틈에서 꼿꼿하게, 상처받지 않는 척, 하루를 지낼 것이다. 그냥 툭,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뭘까,  스스로 불편해하면서도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것은. 

2011/10/17 18:34
K와 이야기 중에 요즘은 두 사람 모두 책도 안읽고, 영화도 안본다는 것을 알았다. 모처럼 한가한 주말, 영화상영표를 뒤져보니, <북촌방향>을 하루 1회 상영하는 곳이 있었다. 하루 1회 상영할만 했다. 시간 맞춰 들어갔는데 관객이 없었다. 영화가 막 시작하려고 할 때 중년의 두 남녀가 들어왔다. 총 3명의 관객. 

사람들이 영화를 '영화'로 즐기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어머, 영화같다!'할 때의 그런 '영화') 홍상수 영화는 언제나, 항상 영화 같지 않은 영화이다. 나 또한 홍상수 영화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좀 달랐다. 예전에는 '뭐 저런 걸 영화로 까지...'라는 생각으로 조금 냉소적인 태도로 팔짱을 끼고 영화를 봤다면, <북촌방향>은 '흐흐흐 그렇지'하면서 공감하며 봤다(그 공감이 좀 쓸쓸한 것이었긴 하지만). 그것은 <북촌방향>이 그간의 홍상수 영화와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상황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피상적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겉도는 말과 겉도는 관계들. 겉도는 분위기를 보이지 않을 때는 오직 서로에게 화를 낼 때 뿐이라는 것도 알겠더라. '화'는 그래도 정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감정 중 하나이므로.  등장인물들이 연기를 잘한다고 해야하나, 연출력이 좋다고 해야 하나. 자기 기만적인 태도를 참 잘들 표현하더라.

느낀 점. 요즘은 이런 거 쓰는 것이 제일 힘들다. 마음을 담아 사람을 대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 들어서 그런가.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이거나 혹은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거나. 말은 많이 하는데, 대화가 힘들다. <북촌방향>을 보고 느낀 점....말을 줄여야 겠다.




 

2011/09/06 13:13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949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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