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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24. 16:39

시댁에 선물로 들어온 와인을 뜯지 않고 방구석에 쌓아놓았길래 형제들끼리 나누어 갖기로 했다. 까르비네쇼비뇽과 멜럿이 있길래, 시누이에게 카르비네쇼비뇽을 건네며, '이거 가지고 가. 이게 더 풍부해' 했더니, '풍부한 맛'이 뭐야? 하고 묻는다. 순간 나도,  풍부한 맛이 뭐지? 풍부한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분명하지 않은 말을 모호하게, 정확한 뜻을 알지도 못하면서 하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풍부한 맛이라....정확하게 그것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러니 그 맛을 표현할 길도 없는 거였다. 그저 와인 수업에서 카르비네쇼비뇽이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한 번 들었을 뿐이다.

모르고 쓰는 단어는 외국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내가 체험하지 않은 말, 그저 허공에 떠돌다 우연히 걸려든 말을 내 말인양 쓰고 있는 꼴이 우스웠다. 아찔한 경험이었다. 정확하게 알고 쓰자. 모든 상황에서 그럴 수는 없지만, 체험된 말을 하고 그 말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자...는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