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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11. 17:59

1. 다시, 일을 보다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은 어쩌면 '애쓰기'로 인도하는, 잘못 끼운 첫 단추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와는 분명히 다른 질문이다. 핵심은 '나'의 '성장'이 아니라 내 눈앞의 과업(무엇)과 그것을 해내는 방법(어떻게)에 집중하는 것이다.(41).


성장은 내 삶의 중요한 가치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나는 끊임없이 배우고 지금보다 더 성장하기를 갈망한다. 성장에 대한 갈망은 종종 현재의 불만족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그래서 현재 벌어지는 일에 대한 힘겨움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종종 현실을 무시하거나 무가치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이 일은 나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세뇌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성장에 대한 추상적인 갈망이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는 상황을 만든다. 먼 미래를 구상하느라, 현재의 일을 아무렇게 해도 되나, 하는 반성을 하고 있는 즈음 이 문장은 눈 앞의 과업에 집중하는 것의 현명함을 말해준다.

 

2. 어느쪽이든 선택하기

라라랜드...애인을 잃었다고 해도 이 영화는 분명히 해피엔딩이다. 그렇지만 이 결말이 미아에게 가능했을 유일한 해피엔딩인 것은 아니다. 나는 고향에 남은 미아에게도 가능한 해피엔딩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믿는다. 미아는 배우의 꿈을 버리는 대신, 다른 목표와 계획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고 거기에서 행복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해피엔딩을 슈퍼스타가 되는 엔딩과 같은 저울에 올려놓을 수는 없다.(64).

줄어든 선택지에도, 그 선택지 안에서 단기적 최적화를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되는 것에도 구조적 압력이 작동한다. 어쩌면 그 선택들이 지나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자신의 선택과 선택의 결과들을 서사화하는 방식만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온전한 선택이며, 그게 곧 삶에 대한 태도일 것이다. 그리고 이 태도는 과거에 대한 기억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개인의 상상력을 결정짓는다.(87).


라라랜드의 미아 이야기는 이상하게 사람을 안심시키는 힘이 있다. 꼭 하나의 선택과 그 선택에 의한 해피엔딩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은 어떤 면에서는 위로로 들리기도 한다. '꿈의 사회적 성취와 그에 대한 보상'과 같은 저울에 올려 놓을 수 없는 해피엔딩은 아마도 사회적 기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행복일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각각의 삶의 국면에서 행해진 선택은 시간이 흐른뒤 스스로 서사화할 때 그 의미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조차도 어쩌면 자기위안적인,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테지만.  

 

3. 단단한 몸에서 단단한 마음으로

세상 쓸모 없(어도 되)는 이 일(스키) 때문에 나에게 부과되는 모든 쓸모 있(어야 하)는 일들의 무게가 별것 아니게 느껴지는 순간, 내 일상 속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다.(107).

실력은 절대로 단선적으로 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갑자기 스키가 잘 되는 날, 그냥 온전히 오늘을 즐기자고 마음먹는다. 물론 여전히 새롭게 몸에 들어온 감각을 기억해두려고 노력하지만, 내일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 당연하다고 미리 기대를 내려놓는다. 내일이 어찌되었든 오늘 이렇게 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새로운 감각도 이런 식으로 몸에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하며 언젠가는 내 것이 될 것이다.(122).

"중요한 건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긴 하다...미 말은 돈 받고 일하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하는 게 아니라 계속 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계속 하는 것과 열심히 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문제다. 계속 하다 보면(언제나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그것만으로 이르게 되는 어떤 경지가 있다. 당장의 '잘함'으로 환산되지 않더라도 꾸역꾸역 들인 시간이 그냥 사라져버리지는 않는다(고 믿고 싶다). (127)...꾸역꾸역이 보여준 보상은 점수가 아니라,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차리는 그 아름다움의 순간이라는 것을 실감한다...아름다움은 그걸 만들어낸 본인들이 가장 먼저 알고, 거기에는 이미 보상이 있다.(128).


열심히 하는 태도를 대놓고 무시하는 저 문장을 싫어한다. 빨간 표시를 해 둔 문장으로나마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것이라는 야만적인 문장에 흠집을 낼 수 있어서 반가운 구절이었다. 열심히와 잘함은 차원이 다른 단어이다. '열심히'가 태도의 문제라면 '잘함'은 어떤 기준에 부합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리고 저 야만적인 문장에서 그 기준은 타인의 기준일 가능성이 높다.

 

4. 아주 개인적인 동기부여

마지막 조언이자, 내게 가장 와닿았던 말은 이것이다. "자신을 여러 정체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체로서 받아들여라." 사람들은 흔히 일관성이 진성성의 표식이라고 생각하지만, 늘 한 가지 모습이어야 진정한 것은 아니다.(152).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성을 어떻게 갖추느냐보다는 자신만의 탁월성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전문성이 한 가지 이름의 직업과 결부되는 것이라면, 탁월성은 일을 바라보는 접근법,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중심 기술가 연결된다. 중심 기술은 사실 하나의 서사이자 이름 붙이기다.(163)....전문성의 조건, 시스템이 인정하는 내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것.


yes1-yes2-yes3-yes4....yes팀과 그 팀을 이끄는 팀장 yes가 있는 것이다.

 

5. 좋은 일을 하는 좋은 사람

힘은 단순히 개인적 역량이 아니라 사회라는 지평에서 발휘될 수 있는 동력이다. 자신이 힘을 가진 존재임을, 혹은 힘을 가질 수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려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내 앞에 놓여 있으며, 자신의 말이 그곳에서 만들어진다는 암묵적 감각이 전제되어야 한다.(189).

내 이야기가 들리는 공간...여기서 작동하는 것은 '들어주었으면' 하는 욕구, 다시 말해 자신의 사회를 갖고 싶은 욕구다. 우리는 많은 곳에 속해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람들을 향해 나의 말을 하고 사람들은 그 말을 들어주는 공간이 별로 많지 않다.(191).

일은 사람이 한다. 제각각의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런 제각각의 얼굴이 드러나도 좋은 곳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그 얼굴이 지닌 맥락을 상상해보고 이해해볼 여유를 갖고 서비스를 사고판다는 것은 일의 본질을 바꾸기도 한다(198).


결국은 사람.

 

6. '우리'를 떠올릴 수 있어서 가능한 것들

잘 정리하고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주지 않는다면, 비어 있는 결말의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손쉽게 '실패'라는 단어를 넣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225).

그래서 정리하고 써야함

 

<일하는 마음>, 제현주, 어크로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