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5. 23:25
[diary]
3년 전 쯤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다. 두 학기를 연달아서 수업을 들었는데, 학기가 끝난 다음에도 늘 안부 인사를 전한다. 신학기가 되거나, 계절이 바뀌거나 아님 오늘 같은 날, 폰 메일을 보내온다. 부족한 저를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굉장히 수줍음을 많이 타고, 소극적인 학생이었다. 성실한 학생이었지만, 다소 공격적이고 질문이 많은 수업을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주제발표를 한 번 했는데 어찌나 긴장을 하고 떨던지 내가 쟤를 저렇게 괴롭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학생들이 마음 껏 잘난척 하는 시간으로 수업을 '활용'하길 바랬는데 은연중에 특정한 태도만을 가치있게 다루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을 그 때 잠깐 했던 것도 같다. 수줍음 많이 타는 내성적인 성격 특성은 마치 치료되어야 할 질병 처럼 비춰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저는 이런 수업이 솔직히 힘들고 부담스러워요. 쭉~강의 하시면 다 이해하는데...
이후에도 나는 수업형태를 바꾸지 않았고, 특별히 그 학생에게 주목하거나 관심을 나타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음료수를 슬쩍 가져다 주면 웃으면서 고마워~하는 정도? 복도에서 마주쳐도 그냥 살짝 얼굴만 붉히고 인사만 하는 학생이다. 그런데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꾸준히 안부를 전한다. 마음이 동하면 답 문자를 보내고 아니면 그냥 만다. 오늘 같은 날은, 사실 가르치는 일에 대한 정체성도 별로 없는데 좀 민망한 기분도 들지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