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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4. 22:03
나는 고3엄마로서 하는 일이 없다. 늦은 밤에 오는 아이를 마중나갈 뿐이다. 때맞춰 영양식을 해 주지도, 간식을 챙겨주지도 않았다. 익히 알고 있는 일이지만 타인을 통해 그것을 확인하는 일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작곡공부를 하는 아이는 매일 레슨을 받으러 먼길을 오르내린다. 애시당초 악착같이 열심히 하는 유전자를 부모로 부터 물려받지도 못했고, 그런 환경에 노출된 적도 없어 아이는 늘 해오던 대로 '그럭저럭' 제 일을 한다. 긴장감 없는 나른한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아 다그치고 화를 낸 적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그저 아이가 안쓰러워 아무 말 없이 안아주기만 한다. 오늘, 아이의 피아노 선생님한테 전화를 받았다. 분명, 아이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보란듯이 아이를 옆에 두고 하는 전화였을 것이다. 나는 무책임하고, 아이를 돌보지 않는 무심한 엄마가 되었다. 그것이 전적으로 거짓이 아니라서 나는 많이 심정이 상했다. 그리고 오늘 아이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의 전화는 하루종일 꺼져 있었다. 그리고 밤늦게 보내온 아이의 문자 "혼자갈께". 늦은 밤에 아이의 도착시간에 맞춰 터미널로 아이를 데리러 나가는 일이 요즘 내가 하는 유일한 고3엄마 노릇이다. 오늘은 그마저도 하지 못한다. 들어오면 그냥 말없이 안아줘야지, 생각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난다. 어서 빨리 이 긴 터널이 끝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