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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29. 17:56

잔인하고 무서운 영화를 못 본다. 간간이 눈을 가리고 <지옥>을 봤다. 몇 가지 메모를 하면서 정리하고 싶다.

몇 날 몇 시에 지옥에 가게 된다는 고지를 받는 사람들, 어디선가 사자들이 나타나 지명받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데리고 간다는 설정은 인간의 삶에 주어지는 불가항력적 불행(?), 참사(?)에 대한 메타포일 것이다. 어떤이는 이를 신의 뜻이라 설파하며 폭력적으로 교세를 확장하고, 어떤 이는 불가항력적 상황을 인정하고 인간적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극 중 김현주와 박정민 부부의 선택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택시 운전사의 태도를 보며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옥에의 고지를 받고도 살아남은 아이는 인간의 선택에 부여된 의미의 결정체일 테다.

보고나서 딴 생각,

그러나 한편, 불안과 공포의 상황을 타개해 나가려는 인간의 노력과 시도가 <지옥>에서 처럼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일인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개인적 실천 이전에 공적인 권력에 근거한 판단과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김현주가 동분서주할 동안 위정자들은 무엇을 했나? <지옥>에는 그 어떤 공적 권력도 등장하지 않았다(박정민이 속해 있는 언론사 정도? 그마저도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는). 극의 재미를 위해 이런 류의 영화나 드라마에 흔하게 등장하는 위정자들의 암투와 무능함마저도 <지옥>에는 없었다. 전세계적 불안과 공포 앞에 위정자들도 속수무책인 것인가. 이제 그들에게 희망과 기대가 없다는 암시인가. 이제 우리의 삶은 정치 권력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인가? <지옥>에서 마직막에 보여주는 인간의 善意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아쉬움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