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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17. 18:34
K와 이야기 중에 요즘은 두 사람 모두 책도 안읽고, 영화도 안본다는 것을 알았다. 모처럼 한가한 주말, 영화상영표를 뒤져보니, <북촌방향>을 하루 1회 상영하는 곳이 있었다. 하루 1회 상영할만 했다. 시간 맞춰 들어갔는데 관객이 없었다. 영화가 막 시작하려고 할 때 중년의 두 남녀가 들어왔다. 총 3명의 관객. 

사람들이 영화를 '영화'로 즐기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어머, 영화같다!'할 때의 그런 '영화') 홍상수 영화는 언제나, 항상 영화 같지 않은 영화이다. 나 또한 홍상수 영화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좀 달랐다. 예전에는 '뭐 저런 걸 영화로 까지...'라는 생각으로 조금 냉소적인 태도로 팔짱을 끼고 영화를 봤다면, <북촌방향>은 '흐흐흐 그렇지'하면서 공감하며 봤다(그 공감이 좀 쓸쓸한 것이었긴 하지만). 그것은 <북촌방향>이 그간의 홍상수 영화와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상황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피상적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겉도는 말과 겉도는 관계들. 겉도는 분위기를 보이지 않을 때는 오직 서로에게 화를 낼 때 뿐이라는 것도 알겠더라. '화'는 그래도 정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감정 중 하나이므로.  등장인물들이 연기를 잘한다고 해야하나, 연출력이 좋다고 해야 하나. 자기 기만적인 태도를 참 잘들 표현하더라.

느낀 점. 요즘은 이런 거 쓰는 것이 제일 힘들다. 마음을 담아 사람을 대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 들어서 그런가.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이거나 혹은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거나. 말은 많이 하는데, 대화가 힘들다. <북촌방향>을 보고 느낀 점....말을 줄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