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2nd story
between pages
diary
with others
film
my work
T.P
office
feminism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18. 1. 2. 17:20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반어적인 표현인 줄로만 알았다. 서문을 읽고, 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얼마나 협소하고 잘못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는 책 제목은 말 그대로, 의미 그대로이다.

 

평등의 기준이 남성일 때 여성에게 '양성평등'은 평등(平等)이 아니라 이중노동이 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다(7).

 

정희진은 정말로 拔本的이다. 얼렁뚱땅 표피적인 분석을 허용하지 않는다. 정희진의 글을 읽자면, 페미니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도 되지만 동시에 삶을 대하는 태도, 혹은 글을 쓰는 자세 등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생각하게 한다. 후자에 더 강하게 끌릴 때가 많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지만, 그 약속을 정하는 데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지도 않으며, 약속은 계속 변화한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오해, 오식(誤識), 편견,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객관적, 중립적, 보편적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언어는 신이 만든 공정한 말씀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사회적 산물이다. 누군가 먼저 말한 사람(주체)이 있는 것이다. 당연히 언어는 필연적으로 당파적이다(29).

 

언어가 중립적이지 않다는 내용은 다른 책에서도 많이 언급되었다. 언어에 대한 사회적 분석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남/녀에 대해 어떤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언어에 예민하기, 민감하게 느끼고 반응하기, 그리고 정확하게 쓰기 

 

몇몇 사람만 평등했던 영역(sphere)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는 의미의 평등 개념에서는 기존에 기득권을 누렸던 사람들이 이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 이질감은 누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 이 점이  '양성평등'이 정의(Justice)로서의 평등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여성이 남성의 기준에 맞추는, 남성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의 평등은 그것을 실현하는 데도 수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러한 의미의 평등은 특히 기득권 세력과 같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문제이다. 여성주의는 남성과 같아지는 것('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46).

 

평등 개념은 개인의 고유함(in/dividual, 타인과 공통분모가 없는, 양도 불가능한, 분할할 수 없는 몸)에 근거를 둔 가치다. 다시 말해 평등은 다른 사람과 같아지는 것(sameness)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다른 이들과 공정한 대우(fairness)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상황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평등은 언제나 논쟁적이고 경합적이다. 또 평등은 '적용'될 수 없는 것이며 그래서도 안 된다. 적용의 주체와 대상의 구별 자체가 바로 정치의 시작이다(47)

 

이토록 명쾌한 분석이라니.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권김현영/루인/류진희/정희진/한채윤, 교양인,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