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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20. 15:44

페미니즘을 남녀에 관한 이슈에 국한하지 않고 삼라만상(인식의 모든 대상)에 대한 새로운 사유 방식, 접근 방식, 논의 방식이라는 인식의 방법으로 이해한다면,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16).

 

여성주의는 세상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바로잡는 것이라기 보다는, 남성과 여성 모두 자신의 의식과 행동을 사회적 관계 안에서 인식하고 정치화하도록 돕는 것이다(53)

 

정희진은 책의 서두에서 이런 말을 계속 되풀이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론으로서의 여성주의. 지금껏 접해본 것 중에 가장 신선했다. 정희진의 글을 왜 이제야 접하게 되었을까, 싶었다. 그동안 여성주의를 단순히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이 소외된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이해했다면(내가 그동안 책을 잘못 읽었는지는 몰라도), 이 책은 그 특정한 상황들이 초래된 전제와 배경에 주목하고 그것을 여성주의 인식론으로 비판한다.

 

예를 들어 '기러기 아빠'에 대한 정희진의 분석은 과연 압권이다.

 

....가족은 친밀성과 자발적인 상호 보살핌의 공간이 아니라 지나치게 도구적이다. '기러기 아빠'는 이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이다. 이는 남성이 희생하는 현상이라기 보다, 가족이 자녀 교육의 성공, 즉 출세지상주의와 경쟁논리로 가득찬 공적영역에 얼마나 종속적인지를 보여준다(120).

 

 

책을 읽는 동안 곳곳에서 이런 분석들을 만났다. 페미니즘 입문을 위해 고전적인 스터디를 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 판매에 관한 부분은 건너뛰었는데 나는 이 책을 그저 습관대로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을 쌓는 용도로 읽기도 했다. 그래서 후기에 쓰여진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모든 정치와 운동은 일상으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머리(mimd)가 변하는 것이 '의식화'라면, 몸(mindful body)이 변하는 것은 '변태'다. 그래서 언제난 혁명보다는 개혁이 어려운 거다. 혁명은 이름과 의식을 바꾸는 것이지만, 개혁(re/formation)은 몸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개혁(改革)은 글자 그대로 살갗을 벗기는 것. 피가 쏟아지 질 수 밖에 없다(때문에 어느 시대나 개혁을 외치는 지도층 스스로 피 흘리는 고통을 보여줄 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289).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개정증보판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