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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15. 13:12

여성의 몸, 여성의 나이/ 또 하나의 문화, 2001

 

조직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뭔가 몰두할 것이 필요했다.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을 희망이나 기대감 같은 것으로 바꿀 필요도 있었다. 책읽기와 글쓰기를 결합한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동네 책방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몸은 늙고, 말은 거칠어 졌다. 위기감이 왔고, 책을 읽는 것으로 마음을 정돈하고 싶었다. 마음을 잡아끄는 책이 없었다. 그러다가 동네 책방에서 은유의 책을 펼쳤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읽을까 말까 망설였던 책이다. 읽던 책을 사가지고 나왔다. 술술 읽혔다. 문장의 유려함 때문이 아니라 삶에 밀착된 이야기라서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페미니즘에 관한 책들을 계속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가장 먼저 손에 쥔 책이 또 하나의 문화에서 펴낸 여성의 몸, 여성의 나이이다. 갱년기에 들어선 몸은 자주 삐그덕거렸고, 조직에서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시시각각 느끼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글들이 실려 있었으나 읽혀지는 것만 읽었다(앞으로도 안 읽히는 글은 굳이 억지로 읽지 않으려 한다). 조옥라, 김은실의 논설과 박혜란의 글 그리고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에 대한 정희진의 서평을 잘 읽었다. 10년이 지난 글들임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읽혔다. 이러한 사실이 조금 쓸쓸했다.

 

뒤늦게 페미니즘에 기대는 것은 우선 위안이 필요해서였다. 뭔지 모르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는 위로가 필요했고,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격려도 필요했다. 이런 고민을 타인과 함께 나누는 일은 아직 어색하고, 일단은 혼자 조용히 시작하고 싶었다. 나이가 들어도 당당하게 삶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이 필요했다. 그것이 지금은 페미니즘이다. 변화될(수 있을까?) 나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