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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12. 23:31
'개성'과 '독창성'은 근대 막바지의 이데올로기이고, 막상 '불안정 고용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돌봄이 있는 가족적 공동체이며 서로를 돌봐주는 학교와 마을이라는 것이다. 이때의 가족과 마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농경사회의 것이 아니라 '후천가족'적 인연을 포함한다.

교육과 대중매체를 통해 전파된 창의성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창의성이 '튀는 것'으로 왜곡된 배경에는 무엇을 위한 창의성인가에 대한 고민없이 발전과 확장을 지향해 온 근대의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획일적이고 대중적인 교육상황에서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학력을 통한 상승욕구가 맞물리면서 창의성은 교육에서 거의 신앙과 같은 수준으로 극상되었다. 그리하여 개성이 없다, 독창적이지 못하다는 말은 거의 모욕에 가까운 것이 되었다. 한 사람의 '태도'보다  어떤 '특징'이 개인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근검절약한다거나 착실하게 자기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단순히 국민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근대화 과정의 마무리 단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이다.....농촌적이고 봉건적인 것이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이제는 도시적인 것, 새것, 반짝거리는 것, 시간성을 죽인 것이 참을 수 없이 촌스럽게 보인다. 이것이 바로 '후기 근대' 또는 '탈근대'의 시작이다.
   
 봉건적 질서를 허물고 세워진 근대의 시작에 토건국가로서의 역할과 욕망의 팽창은 필연적인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시대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지향해야 할 가치는 또 다른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역사가 진보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사람들은 더 이상 성장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더 탐욕스러워지고 과거로의 회귀를 낭만적으로 꿈꾸기도 한다. MB의 등장은 이런 불안한 시대상황과 맞물려 있다.

그러나 또 한편 소박함의 가치들의 살아나기도 한다. 그것은 성장의 과정에서 버렸던 과거의 가치들, 그러나 이 시대에 알맞게 진화된, 돌봄과 관련된 가치들이다. 문제는 이미 모든 인간적 가치들을 제도화시키는 데 익숙해져 버린 관성으로 그런 가치들을 어떤 방식으로 되살리느냐 하는 것이다. 이미 교육은 교육제도가 되었고, 복지는 복지제도와 같은 말이 되었다. 일리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가치의 제도화가 인간 네트워크를 단절시킨다는 것을 경험으로 확인한다. 상호간 돌봄의 가치는 변화된 시대에 지속 가능한 생존의 방식이다. 거대담론보다 생활운동이 보다 더 절실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요즘은 마음이 생기면 행동이 저절로 되는 '계몽의 시대'가 아니라 행동이 생기면 마음이 생기는 '탈계몽의 시대'이다



<다시, 마을이다>, 조한혜정, 또 하나의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