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8. 00:01
[diary]
이선생이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는 이들이 좋다'고 했을 때 마음이 불편했다. 저것도 겉 멋이려니, 했다. 다른 누군가가 그 말을 했다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었겠다. 그의 과장된 자의식이 거슬리고 불편하다. 때로 내가 저랬으려나, 혹은 지금도 저런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의 모습이 편치 않은 건 아마도 내 속에도 그 비슷한 모습이 있어서일 것이다.
자발적 가난.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바 아니나 이 단어는 적절한 상황과 맥락에서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는 단어이다. 도시를 벗어나 마당 너른 집에서 어쩌구 하는 발언 중에 사용될 단어는 아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박완서의 도둑맞은 가난에서와 같은 치욕같은 게 느껴졌다. 자발적으로 가난할 수 없어서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낑낑대는 내 모습이 보여서일까. 나는 이 선생이 맘에 안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