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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6. 17. 15:36

1. 독립적인 삶,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언젠가는 심각한 질병이나 노환이 덮쳐오게 될 것이다. 해가 지는 것만큼이나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목표가 독립이라면, 그걸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44

2. 무너짐, 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블루다우 과장은 나중에 내게 어떤 의사든 환자가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질병의 폐해로부터 가능한 한 자유로울 수 있게 하고, 세상에 능동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기능을 유지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미였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질병만 치료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으면, 예를 들어 환자가 너무 병약해져서 요양원으로 들어가면 '글쎄, 그건 의학적인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하고 생각할 것이다. 72

3. 의존,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다.

"알다시피 살다 보면 꼭 이런 시기가 오잖아. 혼자 힘으로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없는 때 말이야. 그러니 우리가 그걸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해." 그보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 게 옳다. "사람들을 보니 의학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이런 사람들을 병원에 수용하는 건 어떻까? 의사들이 뭔가를 알아낼 수도 있잖아." 현대의 요양원은 거기서 부터 시작돼 발달한 것이다. 거의 우연히 말이다. 113

4. 도움,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늙고 쇠양해져서 더 이상 스스로를 돌볼 수 없게 됐을 때에도 삶을 가치있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149

"생명의 덧없음으 두드러지게 느낄 때"면 삶의 목표와 동기가 완전히 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는 관점이다. 157

윌슨은 가장 실망스럽고 중요한 문제가 따로 있다고 말한다. 바로 어시스티드 리빙 시설이 노인들을 위해서라기 보다 그들의 자녀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들이 어디에서 살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대개 자녀들이다. 167

5. 더 나은 삶,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토머슨 자신이 이런 제안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요양원에 존재하는 세 가지 역병'이라고 부르게 된 무료함, 외로움, 무력감을 공략하는 것이 이 계획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생명을 요양원 안에 들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183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질병, 노화, 죽음에 따르는 여러가지 시련은 의학적인 관심사로 다뤄져 왔다. 인간에 욕구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 기술적인 전문성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들에게 우리 운명을 맡기는, 일종의 사회공학적 실험이었다. 200

질병과 노화의 공포는 단지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만은 아니다. 그것은 고립과 소외에 대한 공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는 그다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돈을 더 바라지도, 권력을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가능한 한 이 세상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대해 직접 선택을 하고,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 다른 사람이나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227

6. 내려놓기,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수전 블록과 그녀의 아버지가 나눈 대화는 사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화학요법이 더 이상 효과가 없을 때, 집에서도 산소흡압기가 필요해질 때, 위험 부담이 큰 수술을 해야 할 때, 간부전이 점점 심각해질 때, 더 이상 혼자 힘으로 옷을 입을 수 없을 때 반드시 나눠야 하는 대화다. 스웨덴 의사들은 이를 '브레이크포인트 대화breakpoint discussion' 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싸우는 방식에서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다른 것들, 이를 테면 가족, 여행, 초콜릿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을 위해 싸우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을 때 나누는 일련의 대화를 말한다.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거의 없고, 또 모두가 이를 꺼려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직면하기 어려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압도당해 버리는 사람도 있다. 대화를 잘못하면 당사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고, 잘 풀린다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283

의학은 죽음과 질병에 맞서 싸우기 위해 존재한다는 단순한 시각도 있다. 물론 그것이 의학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그러나 죽음이 적이라고 한다면, 그 적은 우리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결국은 죽음이 이기게 되어 있다.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면, 우리는 아군이 전멸할 때까지 싸우는 장군을 원치 않는다. ...점렬할 수 있는 영토를 위해서는 싸우고 그럴 수 없을 때는 항복할 줄 아는 장군말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쓰디쓴 최후를 맞을 때까지 싸우는 것일 뿐이라면 결국 최악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걸 이해하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286

7. 어려운 대화, 두렵지만 꼭 나눠야 하는 이야기들

아버지는 자신이 그어 둔 삶의 한계선을 다른 자리로 옮겼다. 바로 이것이 자율성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다. 삶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제어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내려간다는 건 그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제어할 힘을 갖는다는 걸 의미한다. 321

8. 용기,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한계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라면, 그런 인간을 돌보는 역할을 하는 직업이나 기관-의사에서 요양권까지-에 종상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그 한계에 직면하고 분투하는 과정을 도와야 한다. 어떤 때는 병을 고쳐 줄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연고를 처방해 주는 데 그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그나마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간에 의료진이 개입해 환자로 하여금 희생과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는 일은 더 큰 삶의 목적을 위한 것일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 이를 망각한 경우 우리는 환자들에게 거의 야만적인 고통을 주게 될 수도 있다. 반면 의사의 역할과 한계를 분명히 기억할 경우, 우리가 가져다줄 혜택은 실로 놀라운 것이 될 수도있다.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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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가 왜 스스로 화장실을 가고 싶어했는지, 왜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고자 했는지. 존엄을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끝까지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그 생생한 느낌을 놓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엄마가 못마땅했다. 그냥 누운채로 용변을 보면 편한데(누가? 내가!), 걷다가 넘어지면 더 힘들어질텐데(누가? 내가!). 병든 노인도 자율성을 갖고 싶어하며, 그것을 행사하면서 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만 알고 있던 사실을 이 책을 읽는동안 엄마를 떠올리면서 실감한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라는 거리두기가 너무 늦게 왔다. 나는 조금 더 친절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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