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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4. 19:46

지난 주 독서모임에서 황정은의 《연년세세》를 함께 읽었다. 《디디의 우산》 생각이 나서 다시 꺼내들었다. 공교롭게도 책장을 덮은 오늘 윤석열 탄핵 선고가 있었다. 《디디의 우산》은 박근혜 탁핵 선고 장면으로 끝이 난다. 2020년에 쓴 글을 읽어보니 <아무것도 말 할 필요가 없다>를 그다지 좋게 읽지는 않았다. 객관적 사실과 허구를 오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읽으니 작가가 왜 그런 형식을 취했는지 알 것 같았다. 혁명이라 하는 것이 일어났으나, 아직 삶의 곳곳에 도래하지 않은 미완의 과제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워져서 보이지 않는 墨字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의 혁명.

오늘, 누군가는 헌재의 탄핵 인용결과를 들으며 통곡을 하고, 누군가는 춤을 추었다. 나또한 당연한 결과인데도 울컥했다. 기쁘다고 말하기는 마음이 못내 불편하다. 기쁜일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답답하고 분한 마음이 조금 휴~ 하고 안도되는 마음,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기쁘기 보다 참담함을 간신히 면한 마음이다. 그리고 당연히 아직 갈 길이 멀다.  

사람들은 오늘은 어떻게 기억할까. 탄핵이 이루어진다면 혁명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했지. 동학농민운동, 만민공동회운동, 4.19혁명과 87년 6월항쟁까지. 한번도 제대로 이겨본 적 없는 우리가 이기는 것이라고. 이 나라 근현대사에서 우리는 최초로 승리를 경험한 세대가 될 것이라고. 탄핵을 바라며 거리로 나선 사람 모두에게 그 경험은 귀중하고 벅찬 역사적 경험이 되어줄 것이고 그리고...그렇지 내게도 그러할 것이다. 산다는 것은 우리보다 먼저 존재했던 문장들로부터 삶의 형태를 받는 것....저 문장을 빌려 말하자면 우리는 지난 계절 내내 새로운 문장을 써왔고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이제 그 문장은 완성되었다. 그래서 오늘이 그날일까. 혁명이 이루어진 날.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혁명은 마침내 도래한 것일까. 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