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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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오랜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읽었으나 책장을 덮고 나니 '내가 뭘 읽었지?' 싶다. 익숙한 구조의 책은 아니다. 그래도 앞부분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에 속해있는 단편들 보다는 '기교들'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조금 친숙하게 느껴졌다(느낌이 그랬다는 이야기다). <알레프>는 어떤 느낌일까?
해설 부분을 읽어보면 탈구조주의, 진리의 절대성과 우위성에 대한 해체, 현실과 허구가 구별되지 않고 뒤섞임, 우주가 보여주는 혼돈상태, 메타포, 텍스트 그 자체가 아닌 읽는 방법의 상이성, 모든 성스러운 또는 표준화된 작품으로부터 신성성 제거 등등의 표현이 눈이 띈다. 이런 표현들 역시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모쪼록 <알레프>를 읽을 때는 조금 더 익숙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
딸과 대화할 때, 설명하기 어렵거나 현재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지칭할 때 '꼭, 현대음악 같아'라고 말한다. 그럼 그 의미가 무엇인지 서로 안다. 보르헤스는 꼭 현대음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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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 흐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송병선 옮김, 민음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