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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1. 20:47

잊지 않기 위해 인상적이었던 두 장면을 정리한다.

□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버나뎃을 돕기 위해 남편 엘진은 심리상담사를 부른다. 버나뎃을 돕고자 하는 엘진과 심리상담사의 선의를 곡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도움의 방식은 오히려 버나뎃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버나뎃의 상태에 대한 객관적이고 병리적 해석, 개별적 상황과 특성을 무시한 매뉴얼식 처방 앞에서 버나뎃이 선택한 것은 그들로 부터 벗어나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버나넷이 자신의 상태를 수용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한 날이었다.

누군가를 도울 때는 그가 원하는 때에,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 저 장면을 보고 답답함을 너머 화가 난 이유는 저런 도움의 방식이 나의 숨은 정서와 연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그걸 원했나요? 당신들이 주고 싶은 것을 주었을 뿐이예요. 마치 내가 원한 양 '너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말하지 마세요' 나는 오랫동안 이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그들의 '사랑'이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원했던 형태와 방식이 아니었을 뿐이다.

또 다른 장면 하나, 탈출한 버나뎃이 원수 처럼 지내던 이웃 오드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버나뎃의 상태를 본 오드리는 말없이 그녀를 받아들인다. 사람은 사람에게 저렇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원수같은 사람이라도, 그가 절박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때는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라는 것을 배.웠.다. 이런 말은 무수히 많이 들어왔고, 어느 때인가는 나 또한 교훈처럼 떠들어도 댔을 것이다. 그러나, 저런 비슷한 상황에서 과연 나는 오드리처럼 할 수 있을까? 상대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가 아니라, 나는 너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우월한 의식에서가 아니라,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단순한 인식하에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잘 모르겠으나, 저 장면이 마음에 들어온 것이 수확이라는 생각이 든다.  

※ 케이트 블란쳇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예쁜 사람이었나. 그녀의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그녀가 가장 아름답게 나온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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