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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12. 10:46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제목에 이끌려 본 영화이다. 특히, '찬실이'라는 이름이 주는 경쾌한 느낌에 이끌려서. 영화가 참 좋았다. 찬실이는 정말로 찬실이 같았고, 소피도 정말로 소피같았고, 심지어 장국영도 장국영(홍콩의 그 장국영이 아니라) 같았다. 이렇게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라니. 진지한 이야기를 이렇게 재치있게 풀어낼 수 있는 감독의 역량이 놀랍고, 무엇보다 찬실이의 연기가 무척 좋았다.

감독은 극 중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은근슬쩍 메세지를 전달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기록하고 싶은  격언류의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 대사들이 관객을 가르치거나 훈계를 하려는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이건 이렇지 않니? 하고 동의를 구하거나 등장인물들의 개별적 고민끝에 닿은 말들이어서 거부감 없이 공감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힘들 때 위로를 해 주는 '쿨한 언니' 같은 영화이다.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

늙어서 좋은 점은,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주인할머니가 하는 말이다. 얼마나 간결한 말인가.

찬실씨가 정말 원하는게 뭔지 알아야 행복해져요. 당신 멋있는 사람이예요.

장국영은 찬실이에게 반복해서 이 말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잠깐, 저 대사가 거슬리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는데 자꾸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면 얼마나 난감한지 그 기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찬실이가 원하는 것을 자꾸 외면하려 하자 장국영이 찬실이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로 사용된다. '장국영'이 나에게도 나타나면 좋겠다, 나에게도 '장국영'같은 사람(?) 혹은 귀신(?)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게 있어요.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래요.

이 대사를 영화에 대한 찬실의 태도가 변하는 징후로 이해했다. 찬실이가 하고 싶고, 원하는 일은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무거운 태도(자세)를 바꾸면서 찬실은 다시 영화를 생각한다. 이렇게,

저요, 사는 게 뭔지 진짜 궁금해 졌어요. 그 속에 영화도 있어요.

삶이 먼저고, 그리고 영화이다. 모든 게 그렇다.

* 서늘하고 아름다운 윤여정의 대사, "사람도 꽃처럼 다시 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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