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참 그렇다. 「진리의 발견」을 읽기 전에, 그리고 「흰옷을 입은 여인」을 읽기 전에 나에게 '에밀리 디킨슨'은 그저 뛰어난 시인일 뿐이었다. 두 책을 통해서 에밀리 디킨슨이 사람으로 다가왔다. 삶의 거의 모든 면에서 관습적이지 않은 사람,자신의 정원 밖으로 나오지 않고 평생 은둔한 사람, 그러나 누구보다 큰 세계를 가진 뜨거운 사람. 세상 모르는 것 없는 언니의 포스로 마리아 포포바가 에밀리 디킨슨과 그 주변의 사람들에게 대해 이야기하며 에밀리의 현실적 상황과 그 안에서 느꼈을 마음을 보여주었다면, 크리스티앙 보뱅은 예의 그 아름답고도 시적인 문장을 통해서 에밀리 디킨슨의 영혼을 들여다 보게 해 준다.
두 책을 읽지 않았다면 에밀리 디킨슨은 나에게 그저 딱, 시인일 뿐이었을 테지만 두 책을 읽고 난 후 그녀는 나에게 와서 사람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저마다 야심을 드러내며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할 때 그녀는 그 무엇도 되지 않고 이름 없이 죽겠다는 당당한 꿈을 꾼다. 겸손이 그녀의 오만이다. 소멸이 그녀의 승리이다. #흰옷을 입은 여인 33
시인이란, 한 세기가 지난 다음에야-땅이 묻히고 텍스트 속에 살아 있는 순간에야-듣기 좋은 이름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무언가에 홀딱 빠진 아이라며, 하느님의 연기로 가득한 굴속 젊은 야수처럼 책과 놀며 자기 방에 박혀 나오지 않는 아이라면, 그런 아이가 집에 있다면 어떻게 키운단 말인가? 아이들은 모든 걸 하늘부터 받아 알다가 어느 날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한다. 시인들은 아이기를 멈추지 않는 이들이다. 하늘을 바라보는, 키우기 불가능한 아이들.#흰옷을 입은 여인40
디킨슨은 남은 24년 동안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그녀는 홀로 모든 초월주의자들이 시도했다 실패한 일을 성취한다. 바로 사회의 떠들썩한 평범함에서 일부러 벗어남으로써 이루어지는 존재의 정화이다. #진리의 발견 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