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를 읽어 본 적이 없다. 자기계발서를 '출세지향주의적 인간들의 조직내 성공 비법'으로 생각했다. 거대 조직에서 혹은 불합리한 조직에서 '나'라는 개인이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는 패배주의적 감정도 자기계발서를 기피한 원인중 하나일 수 있다.
이 책을 현재의 나를 점검하고 미래의 나를 계획하기 위해 지극히 현실적인 목적으로 선택했다. 2년 후 퇴직을 앞두고 직장에서 무엇을 정리하고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실제적인 안내를 받고 싶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 그러나 필요한 것들.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찾는 이유가 이것이구나 싶었다.
이 책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이미 제목이 밝히고 있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갈아타려면 어떻게 해냐 할까? 직장을 다니는 동안 직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직장을 다니는 동안 목적과 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시간과 에너지의 배분을 바꾸자는 이야기다.'(8) 저자는 이를 위해 10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도록 친절하게 안내한다.
#1. 나는 직장인일까, 직업인일까: 직장인으로서 나의 정의와 별도로 직업인으로서 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2. 성장을 위해 나에게 투자하기: 지난 2주 동안 나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만든 적이 있는가?
#3. 미래를 꿈꾸려면 내 직장생활을 돌아보자: 지금까지 직장생활에서 그 과정을 즐겼고,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높은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일했던, 그리고 결과도 만족할 만했던 장면 10가지를 적을 수 있는가?
#4.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걸 찾아내는 방법: 나는 주변 사람들이 욕망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내가 삶에서 그리고 직업에서 욕망하는 것을 아는가?
#5. 직장의 끝에서 직업을 발견하다: 나는 직장생활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가?
#6. 회사가 아닌 내 이름으로 돈을 벌 수 있는가?: 조직에 기대지 않고 돈과 교환할 수 있는(팔 수 있는) 나만의 개인기, 전문성은 무엇인가?
#7. 대학원 보다 공부, 입증하기 보다 성공하기: 나는 직장에서 경쟁자를 이기기 위한 노력보다 나의 직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공부를 해나가고 있는가?
#8. 리더가 될 준비를 하라: 직장에서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은 나를 어떤 리더로 기억할까?
#9. 조직으로 부터 나를 지키는 법: 직업을 만들어 나가는 데 나에게 장벽이 되는 것은 무엇이고, 나는 단순히 주변 사람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내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억누르고 있지 않은가? 이 장벽을 찾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았는가?
#10. 이렇게 계속 달려도 될까?: 나는 나만의 워라벨 해석을 갖고 있으며, 쉬고 떠나는 문제에서 주도적인가?
이 열가지 질문만으로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춘 기분이 든다. 퇴직 후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세련된 자기계발서이다. 그 세련됨은 저자가 자신의 삶을 충분히 즐기면서 자신에게 맞는 일(직업)을 찾은 경험을 갖고 있어서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많은 부분에 포스트 잇을 붙여 놓았는데 한 가지가 강렬하게 남는다.
고점에서 옮기라는 말은 다시 풀어보면 무엇인가 익숙해질 때 옮기라는 말이다. 익숙하다는 말은 더는 배움이나 자극이 없다는 말이다(304)....저점이 아닌 고점에서 떠나라는 조언처럼 '박수받을 때'떠나는 것이 중요하지만 '박수받으며' 잘 떠나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305)
퇴사욕구에 시달린 가장 큰 원인은 좋을 때, 고점에서 떠나야 좋은 모습 더 정확하게는 멋있는 모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였다. 한 순간의 '멋'을 위해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수할 수 없다면 좋은 마무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목표를 그렇게 잡기도 했다.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이 아니라, 박수받으며 떠나라. 책장을 덮고 오래동안 남은 말이다. 현재의 내 상황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격려가 되는 말이어서 그럴 것이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김호, 김영사, 2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