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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4. 19:24

연휴를 정세랑의 책과 함께 했다. <옥상에서 만나요>, <지구에서 한아뿐>, <시선으로부터,>를 차례로 읽었다. <옥상에서 만나요>에 실린 단편들은 사회적 메시지를 너무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있어서 지금이 80년대 분위기였다면 아마도 세미나 자료로 활용했을 것이다.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고발하고 있는 느낌. 그 태도가 너무 직접적으로 느껴져서 조금 이상했고, 촌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적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뭔가 은근하게 하는 태도. 나는 이것이 문학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고상한 태도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일종의 돌려말하기 기법 같은 것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러나 정세랑은 그런 비겁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소위 '요즘 작가'들 책을 많이 읽진 않았으나 정세랑과 같은 글쓰기 태도가 그들에게는 꽤나 자연스러운 것 같다.

<옥상에서 만나요>에서 느꼈던 직접적인 이야기 스타일이 <지구에서 한아뿐>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왠지 이 작품은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이렇게 사랑스럽게 만들어 낼 수 있구나. 외계인과의 사랑이라니. SF소설을 성인용으로 조합해 내는 능력이 놀라웠고, 매우 영리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선으로부터,>는 서사적 구조가 매우 튼튼한 작품으로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요즘 표현으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글. 인성도 훌륭한 학생이 머리까지 좋은 이미지랄까. 세 권의 책을 읽은 후 정세랑 작가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다.

<옥상에서 만나요>의 표제작을 재미있게 읽었고, <지구에서 한아뿐>에서 경민과 한아가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나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눈물이 나올만큼 사랑스러운 장면이다. <시선으로부터,>의 모든 인물들이 설득력있게 다가왔고, 특히,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라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 닿았다.

 

옥상에서 만나요
지구에서 한아뿐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옥상에서 만나요, 창비, 2018.11

정세랑, 지구에서 한아뿐, 난다, 2019.7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문학동네, 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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