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1인당 평균 독서량 통계가 발표될 때 마다 은근한 자부심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나의 독서량은 국민 1인당 평균 독서량을 웃도는 것이었고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너~무 책을 안 읽는 것이 조금 한심하고 또 의아했었다. 책을 멀리 한지 꽤 된다. 바빠서, 집중해서 읽을 시간이 없어서...등등 이유는 무수히 많다. 간간히 관심가는 작가들의 책이 출간되면 찾아 읽긴 했지만, 몰입도가 떨어져서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책의 내용은 흐릿해 지기 일쑤였다. 뭐를 읽었더라. 책을 안 읽어서 정신이 피폐해졌다는 소리를 농담처럼 했다. 역시 인간은 놀고 먹어야 정신을 살찌울수 있다...뭐 이런 소리를 해가면서.
* 기계에 익숙한 사람이 아닌지라, 남들이 전자책을 읽는다고 하면, 왠지 좀 생경스럽고 뭔가... 멋이, 맛이 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찌어찌하여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전자책을 다운 받고 보니, 이 놈이 참 신통방통하다. 쬐끄만한 기계에 여러권의 책을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고, 이것저것 모든 게 참 신기하다. 며칠되지 않는 금쪽같은 휴가를 전자책과 함께 보냈다.
* 전자책으로 처음 읽은 것은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이다. 아주 고전적인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읽었고 마음에 들었다.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을 읽은 뒤 소설가들이 길을 잃었나? 하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아, 출판년도가 꽤 차이가 있구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2009년 작품이고, '태연한 인생'은 2012년 작품이다. 아무튼 내가 읽어 낸 기준으로 말하면 그렇다는 것). 뭐 충분히, 현대 사회에 대한 비평적 시각을 담은 작품 쯤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소설이지만, 나는 이 소설을 그저 이야기로 읽었다. 사랑 이야기. 사람을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라는 메세지는 참 흔하고도 닳고 닳은 내용이지만, 사람을 가장 감동시키는 것 또한 사랑이 아닌가 싶다. 고전적인 소설이 좋다. 요즈음 희안한 소설들의 정서를 따라갈 수 가 없다. 책장을 덮고 나면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읽어도 정신의 풍요에 기여를 해 주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 전자책은 틈틈이 책을 읽기에 안성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