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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30. 13:54

저자가 대구에서 서울에 올라와 원룸을 전전하는 부분부터 내내 아이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대학 입학의 기쁨은 금세 방구하기의 어려움으로 대체되었다. 어렵게 구한 수녀원 기숙사의 원룸은 몸 하나를 간신히 뉘일 수 있는 정도였다. 그 이후 졸업할 때까지 두 차례 방(집이 아닌!)을 옮겼는데-한번은 하숙, 또 한번은 역시 원룸-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 작은 방에 아이를 두고 돌아서는 마음이 서글펐다.

잠시,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다시 서울에 집을 구하러 다닐 때의 심경은 더 처참했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다 쓰러져 가는 집의 방 한칸이나 신림이나 봉천동의 어둑한 원룸밖에 얻을 수 없었다. 아이를 그런 방에 둘 수는 없었다. 처참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으나, 그런 마음은 아이도 마찬가지로 느꼈을 것이다. 가끔, 한겨울에 아이 손을 잡고 서울 변두리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외딴방」에서 신경숙은 '고향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상경해서 가난을 실감했다'(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썼다. 아마도 집, 아니 방이 그 실감을 강화시켰을 것이다. 어차피 집을 구하지 못할 바에야 아이를 제대로 된 공간에서 지내게 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나는 어떤가. 늘 혼자만의 공간을 꿈꾼다. 집을 '나의' 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의 '집'은 가족과의 공유공간이며,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공간이므로 혼자서 '나'만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퇴직 후, 반드시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것이다.

내가 자기만의 방을 소망할 때 나는 무엇을 소망하는가?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 나의 고유함으로 자신과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135.

이 책에서 유일하게 포스트 잇을 붙혀 놓은 부분이다. 욕망의 실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그 욕망을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욕망의 실현을 위한 준비가 경제력이라는 것이 조금 서글프긴 하다.

<나의 친애하는 집에게>, 하재영, 라이프앤페이지,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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