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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9. 13:24

'책망과 옹호, 유죄와 무죄 사이에 서 있는 한 판사의 기록'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극단의 점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 사람의 고뇌와 두려움, 그리고 자신의 판단에 대한 (조심스러운) 정당화. 이 책의 내용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간단한 요약 이면에는 자신이 담당하는 사건의 사회적 맥락을 알고, 냉철함을 기반으로 인간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판사라는 직업의 의미를 무겁게 인식하는 인간의 삶이 놓여있다. 자신에 대한 성찰이 이렇게 치밀할 수 있을까. 나는 또 자연스럽게, 내 직업을 내 삶과 연결시킨다면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한다.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허덕지적하느라 일(직업)의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의미를 따져묻는 것은 뒷전인 상황, 그렇다고 돈벌이로만 치부하기엔 그동안 이 바닥에서 버텨온 시간과 에너지가 만만치 않다. 마무리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마음 때문에 나는 자꾸 내 일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무엇으로 어떻게 정리를 한담? 정리를 하다보면 박주영 판사 처럼 나에게서도 직업적 혜안 같은 것이 발견될까.

법의 영역에서 동정이나 연민은 위험하다. 인권은 시혜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수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시혜라고 보면, 그 시선은 언제 철회해도 무방한 것이 된다(107)

정의는 대채로 직관적이다. 복잡한 설명으로만 정당화 될 수 있다면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진실과 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해선 안 된다. 진실은 악마의 상용구이기도 하다(256)

언어를 수단으로 한 표현과 이해가 사실상 얼마나 아슬아슬한 일인지 말하려는 것이다(265)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모든 개념의 종착점은 사랑이어야 한다(273).

얼마나 고민하고 집중해야 이런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저자의 삶을 들여다 보고,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으나 궁극적으로는 직업인으로서의 나를, 내 직업의 의미를 탐색하도록 자극한 책이었다.

 

 

 

<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 김영사, 20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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