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22. 09:02
나는 절실한 상처의 기록을 읽기 좋아한다. 인간의 마음을 찍는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에는 선인장처럼 온통 가시가 박혀 있는 마음의 형상이 찍혀 있을 것이다.(...) 작가는 누구에게서나 상처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원효나 퇴계, 아리스토텔레스나 하이데거의 책을 읽으면서도 거기서 그들의 상처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상처가 영혼의 본질이라 하더라도 문학이 상처의 기록에 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품에는 상처를 달래는 지혜의 소중함과 어려움이 암시되어 있어야 한다.(...) 생명을 죽이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남을 다치게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길도 인간에게는 주어져 있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나와 남의 다친 영혼을 달래는 길뿐이다.
* 신형철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통째로 외우고 싶다며 인용한, 문학평론가 김인환 선생의 글 <의미의 위기> 에 나오는 구절
신형철의 글은 단정하고, 깔끔하다. 이 사람이 얼마나 정직하고 경건하게 글을 쓰는지가 글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금처럼 책을 현실 도피의 방편으로 읽지 않고, 순수한 공부를 목적으로 읽을 수 있을 때 다시 만나고 싶은 작가이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읽다가 집중도 안되고, 그래서 답답해서 덮어 두었는데 후일 꼼꼼하게 다시 읽기를 약속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