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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20. 17:23

누구든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해 그 합당함을 말하고 싶어 한다. 앞서 읽은 <이번 생은 일하지 않습니다>도 그렇고 이 책도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한 그 나름의 이유를 적고 있다. 그 이유는 오롯이 그 삶을 선택한 자신의 이유이며, 누구에게나 일반적으로 해당되는 이유가 아니라는 것도 저자는 분명히 밝힌다. 어떤 장에서는 한 주제에 대해 조금 산만한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해서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확실한 미덕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현실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목에서의  '숲 속'이 자칫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상을 의미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저자가 '숲 속'이라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현실적인 '자본주의자'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래의 문장은 저자가 얼마나 '현실적으로' 지혜로운 선택을 하는 사람인지를 드러내준다.

'사회 전체의 돈은 무가치할 정도로 늘어나는데, 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왜 이렇게 작을까?' 질문이 완성되자 해답은 쉽게 보였다. 교육이나 일, 사업을 벌이는 것처럼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아닌 현재의 즐거움과 만족을 위한 소비를 하기로 했다. 내 소유의 돈 말고 이 사회 전체에 늘어나는 돈을 활용하면 된다./42

우리의 욕망을 극대화시켜 거의 무한대의 소비를 부추기는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나만의 고유한 욕망과 욕구를 정확하고 정밀하게 아는 것이 오히려 소비의 피곤을 줄여준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니라면, 아무리 싸도 갖지 않는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칭송하는 가치라도 내가 원하지 않으면 추구하지 않는다. 넘쳐나는 지식 사이에서 내가 정말 궁금해서, 알면 내게 기쁨을 주는 것만 파고 든다. 그렇게 나의 욕망을 소중하게 탐구하다 보면 나와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점점 너그러워지는 나를 발견한다./86

저자는 특정한 신념을 가진 사람도, 특정한 가치를 신봉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 때 그 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충실하고, 그 때 그 때 눈 앞에서 벌어진 상황에서 배우고 깨닫는다. 그리고 현재의 생각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믿지도 않는다. 이런 일관성 없음이 기존의 사회질서에 적응하지 못한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어떤 이유에서건 저자가 선택한 태도이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이런 태도를 형성하기 까지 저자가 겪었을 상처와 갈등과 고민들이 짐작되는 부분들도 있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문장은 매우 호쾌하다.

내 마음속에는 온갖 계획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고 있다. 갑자기 한국에 가서 책방이나 상담소를 차릴지도 모르고, 큰아이 대학 근처로 가서 살지도 모르며, 세계를 방랑할지도 모른다. 혹은 이웃도 없는 더욱 깊은 시골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앞으로 펼쳐질 시간에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무렇게나, 언제든 그만둬도 된다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265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이런 마음 '언제든 그만둬도 괜찮다는 마음'을 오늘 먹었다. 사직서를 처음으로 써 봤다. 매일 때려친다고 하긴 했지만 사직서를 실제로 써 본 것은 처음이다. 요 며칠, 벌어진 일들을 바라보며 언제든 그만둬도 괜찮다는 마음이 구체적인 실물로 다가왔다. 그런데 정말로 나는 그만 둘 수 있을까. 딱, 그 시점. 그만두는 시점. 그 시점을 잡는 것이 중요하고 또,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에 대한 알라딘의 몇몇 야박한 후기를 접했다. 선입견이 약간 있었으나 다 읽고 나니 본질에서 벗어나는 평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자본주의 시대에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며,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면서 적은 돈으로 어떻게 현실적인 삶을 구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개인적 탐구일 뿐이다.

그 밖의 밑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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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사고와 경험을 녹여서 누군가에게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글로 만드는 일은 돈을 버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나를 표현하는 창조 행위이기도 하다./20-21

 

후회되지 않을 만큼 이 시간을 충분히 만끽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쁜 일을 방지하려고 사는 게 아니라, 나쁜 일은 생기겠지만 그래도 삶의 구석구석을 만끽해서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그렇게 살았을 삶을 사는 게 목적이니까./64

나는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그만뒀다. 대신 나의 주인이 됐다. 지금을 나의 행동, 나의 책임,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불행이나 잘못의 원인과 책임을 나에게 돌리지 않고, 그 상황을 내 일부로 인정했다. 내 힘으로 잘못과 불행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차제가 내 것이라는 결단을 내렸다./102

사람마다 사치품의 정의, 물건의 의미, 소유하고 싶은 것, 재산의 액수가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 차이들이 인간의 우열을 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세상을 다채롭고 흥미롭고 다양하게 만든다고 함께 믿는다면 우리는 연결될 수 있다./137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정말이지 내 마음뿐이다. 경전은 은혜를 입었다는 마음에도, 상처를 받았다는 생각에도 휘둘리지 말라고 한다. 니체가 주장한 초인 또한 타인들이 만들어놓은 가치 체계 자체를 따르지 말고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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