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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13. 16:24

이렇게 단도직입적인 제목으로 책을 출판하려면, 저자(혹은 편집자)가 어느정도의 자신감과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사람에 대한 예의>는 이런저런 흠이 없진 않지만 '제대로' 살고자 애쓰는 선배,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존경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는 선배가 찬찬히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이 선배는 무조건 정의롭고 이상적인 이야기를 늘어 놓지 않는다(꼰대티가 안난다는 의미다). 그 대신 '현실적으로' 정의로운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현실적'이라는 표현을 삶에 '적용 가능한' 정도로 바꿔도 무방할 것 같다. 특히 이런 태도들,

싸우자, 이기자, 지더라도 개기자....개겨서 달라지는 게 없는가. 달라지는 게 분명히 있다. 개기는 사람 자신이다. 개기면서 결심이 단단해지고 확고해진다. 다시 싸워야 할 때 웬만한 충격엔 흔들리지 않는다. 실패의 의미도 달라진다. 실패했을지언정 원칙을 지키고 주장함으로써 가치 있는 실패가 된다(73).

이런 태도는 책의 전반에 걸쳐서 계속 되풀이된다.

차라리 불편한 사람이 되십시오. 불편한 사람이 된다는 건 다시 말해서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산다는 뜻입니다. 원칙이 없으면 여러분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도 편하게 느끼겠지요...불편해지겠다는 각오만 있다면 여러분이 그 어려움들을 돌파해내리라 믿습니다 (중략) 본인의 캐릭터를 '할 말은 하는 사람'으로 잡으면 돼요. 일단 캐릭터를 그렇게 잡으면 누구든 쉽게 어떻게 못 해요. 아, 물론 사장되고 부사장 되기는 어렵겠죠. 그래도 어느 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겁날게 없어요.(200-201)

이 책과 바로 전에 읽은 김동조의 <모든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에서 공통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원칙.

모든 혁명가는 원칙의 방패와 현실의 칼로 무장한 철학자다.(219)

나는 어떤 원칙을 가지고 살았나? 살아야 하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젊은 편집자와 출간을 놓고 의견을 교류하면서 느끼는 단상을 매우 인상적으로 읽었다. 할 말을 하는 젊은 편집자와 그것을 수용하는 나이든 저자. 나이와 사회적 지위를 떠나서 이런 대화가 가능한 관계를 내가 매우 부러워 하지. 그리고 마지막 말, 나중 일은 나중에 고민하고, '뒷담화'는 남들에게 맡기고, 성큼성큼 즐거운 마음으로 가면 된다. 내가 가보고 싶은 대로 가보면 된다.(323). 그렇게 하자.

 

 

 

권석천, 사람에 대한 예의, 어크로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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