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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3. 20:00

어떤 이야기인지 모르고 읽었다. SNS상의 평이 좋았는데, 내가 신뢰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페미니즘이구나. 첫장부터 작가는 이 글이 여성의 이야기이며 특별한 지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신분과 직업과 나이가 다른 다양한 여성들을 보여 주는데 각각의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이 매우 섬세하게 다루어져 있어 믿음이 갔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생각이 달라 갈등을 드러내는 지점에서 작가는 각각의 상황과 마음의 작용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성실함을 보인다. 최근, 페미니즘이 과거 여러 분파 간의 갈등을 접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이 작품이 그 물꼬를 텃는지 그 흐름 속에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작가의 균형잡힌 시각이 좋았다.


'진정한 페미니즘'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소문자 페미니즘'을 만드는 일리며, 그럴 때라야 비로서 여성연대는 가능한 것이다./192


심진경 평론가의 글을 정리하다 보니, 이 글이 페미니즘 그 자체가 아니라 각각 다른 조건을 가진 여성들 끼리 어떻게 연대해야 하느냐, 에 관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의 분량에 비해 등장 인물이 많을 수 밖에 없고, 그 등장 인물들이 서로에게 호의적이지 않는 상황들이 펼쳐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네가 그런 거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너랑은 아무 관계가 없어, 실장님은 말했다. 뻔하고 착한 말들이었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말들. 그러나 그 말들에 효용이 없다면, 그런 말들로 이루어진 세계가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나는 왜 지금 울고 싶을까, 지현은 생각했다./45


가령 이 문장은 지현과 해미 실장의 인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현이 해미 실장에게 진심의 한 자락을 열어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우리가 반드시 같아질 필요는 없어. 억지로 그러려고 했다간 계속 싸우게 될 거야. 같아지겠다는 게 아니고 상처받을 준비가 됐다는 거야. 진경이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너한테는, 나는 상처받고, 배울 준비가 됐다고! 네 생각이 어떤지 궁금하다고./158


서로 다른 것으로 충분히 상처받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 간의 연대. 앞으로 페미니즘의 방향은 이것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작가가 절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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