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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24. 15:11

철학책 독서 모임 매뉴얼이 아니라, 철학책 편집자들이 독서 모임한 결과를 묶어낸 책이다. 총 10권의 철학서를 안내하면서 이 시대의 인사이트를 나누는 책이기도 하다. 집중해서 읽어야 했는데, 이리저리 업무에 떠밀려서 띄엄띄엄 읽어서 꼼꼼내용을 정리해 두고 싶다.
1. 「나와 타자들」(2019)-이졸데 카림/ 정체성의 편집자들
- 이 책의 문제의식: 과거의 철학에서는 사회와 민족의 동질성으로 인해 결코 문제시되지 않았던 타자들의 다원성과 복수성이 오늘날 모든 정치적 윤리적 문제 설정을 달라지게 만들고 있다...이때 타자는 공동체 바깥에 있는 낯선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에 있는 타자들, 이주 노동자들, 성소수자들처럼 곁에서 일하고 먹고 노는 어느새 우리의 이웃이 되어 버린 타자들이다...이렇게 나와 타자들이 알게 모르게 공존하고 있는 이 사회를 카림은 '다원화 사회'라 부른다. 이것이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동시대적 조건이다. 이런 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다원화 사회는 우리 각자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상황진단: 현실적 맥락, 구체적인 역사, 타자들이 처한 실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뱉어지는 무조건적인 관용 담론은 도리어 위선...민족이라는 정체성은 여러 정체성 중의 하나, 소속감을 주면서 다른 모든 정체성을 포괄했던 '정체성의 정체성'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정체성들간의 끊임없는 부딪힘이다. 결국 정체성의 다원화는 우리가 사회에 속하는 방식을 바꿀 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 방식마저도 바꾸어 버린다...사회의 다원화는 우리 각자 내면이 정체성 인식과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다원화가 우리 각자 안에 자리 잡은 다양성을 의미하게 되면서 나의 정체성은 '감소'되기에 이른다. → "완전함에서 뭔가 빠진, 감소된 자아"
-다원화 형태와 다원화에 저항하는 형태가 서로 이중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함: 종교적 근본주의나 테러리즘,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전통적인 것의 재활성화, 정치 영역에서는 여러형태의 포퓰리즘, 도덕영역에서는 여러 형태의 포퓰리즘 등. 서로 다른 정체성 사이에 장벽을 세우고, 여성이나 어린이, 장애인 등 타자를 혐오하는 사회 문제가 부상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맥랙에서다. 
-1세대 개인주의(민족적 동질성의 개인주의), 2세대 개인주의(정체성 정치의 개인주의), 3세대 개인주의(우연성의 개인주의) 너는 누구냐는 질문은 중요하지 않다. 대신 너는 네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가가 중요
-대안: 다원화와 재동질화 사이의 적대를 어떻게 제도화시킬 것인가?: 카림의 '만남구역' 개념. 만남 구역은 중립적인 법질서를 넘어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타자들이 서로 만나고 교류하는 공간을 비유한다. 단순한 외면적 안전은 더 이상 시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원화 사회에서 살기 위해서는 참여자들 스스로 배려와 주의의 원칙 그리고 함께라는 원칙을 내면화해야 한다. 따라서 만남 구역은 단지 법적으로 추상적인 동등함이 보장되는 공간에 머물 수 없다. (→퀴어문화축제)
 
2. 「관광객의 철학」(2020), 아즈마 히로키/ 친구도 적도 아닌
-"관광객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타자의) 철학을 구상하는 것"
-왜 관광객: 특정 국가, 특정 정치 공동체에 속해서 그 가치관을 내면화하는 성숙의 회로가 아닌 또 다른 성숙의 회로 다시 말해, "국민(성숙한 어른)으로서의 자각을 거치지 않은 미성숙한 개인이 곧장 보편과 연결되는 회로"를 찾는 과정에서 등장한 개념
- 진단: 우리는 수직적 권위가 하나둘씩 무너지고 모든 것이 점점 더 평평해지는 세상에서 살아간다. 더 이상 내면의 서사, 정치적 진정성의 서사, 동물성과 구별되는 인간성의 서사는 지금 세대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거기에는 현재성의 리얼리티가 없고 과거의 노스탤지어만이 남아있을 뿐이기 때문이다....오늘날 우리의 상상력은 글로벌리즘과 내셔널리즘이라는 두 질서 원리 사이에 갇혀 있다... 세계의 경제는 연결되어 있으나 정치는 분리되어 있는 시대, 욕망은 연결되어 있으나 정체성은 분리되어 있는 시대를 가리켜 '이층 구조 시대'라고 부른다.
-'관광객'이라는 철학적 화두: 글로벌리즘과 내셔널리즘, 개방과 폐쇄 사이를 왕래하면서 정치의 가능성을 넓히는 주체성의 철학적 이름. 여기서 관광이란 편을 가를 수밖에 없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의 옆자리를 곁눈질하는 행위이다. 즉 누군가를 친구인지 적인지 결정짓기 전에 관광하는 마음으로 그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 들어가서 그 모순되고 다층적인 현실을 몸소 체감하는 자세.  "관광객은 작은 인류학자"
-관광객은 사업가도 정치인도 아니기에 불성실하고 경박하고 무책임하다. 그러나 때로는 지나친 성실함과 진지함이 오히려 정치의 공간을 폐색시키고 상상력의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몸소 경험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펜스 룰, 노키즈존, 트랜스젠더 입학 거부 등의 사건들은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약자를 눈앞에서 배제함으로써 동질적인 사회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폐쇄적 태도에서 비롯되었다....이 지점에서 아즈마 히로키의 관광객론은 어떤 자유로움의 공간을 포착한다. "관광객은 목적이 없기 때문에 모순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이 가능성 편에 선다"  이 가능성의 공간이 아마도 철학의 공간일 것이다.
-*관광: 당면한 현실에만 매몰되어 버린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유연하고 경박한 사고에 대한 은유
 
3.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2020) 리처드 로티/ 21세기의 우리
- 모든 사람이 하나의 진리나 이념, 세계관을 공유할 필요는 없다. 단지 서로의 고통과 자유에 대한 충분한 관심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우리'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세계관은 없다는 사실을 공유하는 우리다. 
-연대를 만드는 두가지 방식: "'인간성 자체'와 동일시된 것으로서의 인간적 연대와, 지난 수세기에 걸쳐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차츰 고취되어 온 자기의심으로서의 인간적 연대"...연대는 이미 기다리고 있는 어떤 것을 철학적 반성에 의해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따라서 '진짜' 연대는 없다), 낯선 사람들을 우리와 같은 사람들로 여기는 상상적 동일시를 통해서 재창조하는 일
-타인의 고통과 모욕에 대한 우리 자신의 감수성을 의심하고, 현재의 사회 제도가 그들의 고통과 모욕을 다루기에 적합한지를 고민하는 우리가 도덕적.정치적 진보를 가능하게 한다. 
-각자의 아이러니한 삶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점차 늘려 가는 것이 사회의 도덕적 진보이며, 이런 진보는 보편적 철학이나 초월적 힘을 지닌 이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삶과 고통을 세밀히 포착하는 서사와 이야기를 통해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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