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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2. 22:52

들어 본 적 없는, 낯선 영역의 사람이 쓴 글을 인스타그램이 아니었다면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에는 분명 독서가이드 기능이 있다. 앞 부분 몇 장을 읽고는 실패했다 싶었다. 그런데 한동안 제껴둔 책을 우연히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매력이 대단했다. 매일매일 꼼꼼히 읽었다.

책을 읽으면 늘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상상하게 된다. 성실하고 세련된 사람. 고전적 품성을 지칭하는 '성실'이라는 단어와 감각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세련'이라는 단어가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저자는 자신의 영역에서 더할 수 없이 성실하다. 그리고 사람과 일에 대한 태도가 대단히 세련됐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환상 없이 삶에 대해, 미래에 대해 현실적인 낙관을 잃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 책 전체가 그런 느낌을 주었다.  

책에서 한 단어만 뽑는다면 '원칙'이다. 저자의 직업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겠으나 여러 삶의 장면에서 저자는 원칙의 중요성을 말한다. 원칙이라...나는 어떤 원칙을 가지고 일을 했나? 어떤 원칙을 가지고 아이를 키웠나? 생각해 보면 딱히 원칙이라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일을 하거나 아무렇게나 아이를 키우진 않았는데 원칙이라는 단어를 들이대니 제대로 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원칙은 내외부적으로 변화를 유발하는 요인들이 많아서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지킬 때 유효하다. 저자에 따르면 "잘못이 실패가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잘못에서 성공의 단서를 얻는 것이다. 그러려면 원칙을 만들어 사수하고, 원칙을 보수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선뜻 삶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면에서 적당한 온도로 살고 있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고, 치밀함이 떨어지는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며, 진화나 성공에의 동기나 욕구가 약해서 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 순간순간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선택할 때 혹은 문제상황을 벗어나고자 할 때 선택의 기준은 있었을 것이다. 그 기준은 어찌됐던 'right'쪽에 가까웠다(고 믿는다). 이렇게 생각하니 원칙이 반드시 명시적으로 드러난 좌우명 같은 것이 아니어도, 반드시 워딩으로 드러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너무 게으른 결론인가? 삶의 모든 영역에 원칙을 세우는 건 내게 너무 피곤한 일이다. right면 족하다.

순간순간 다시 펼쳐보게 될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동조,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아웃사이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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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목표로 둬야 할 건 최선을 다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경기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지는 경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만이 그런 아름다운 경기를 할 수 있다. 그런 경기를 계속하다 보면 우리 자신에 대해 점점 깨닫게 된다. 이런 노력도 없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다. 답을 안 것 같겠지만, 그건 믿음이지 정보가 아니다. 환상일 뿐 사실이 아니다.(87)

나의 최선이 성공의 커트라인인 절대적 최선과 다르다는 걸 깨닫는 게 지성의 힘이다. 지성이 없다면, 즉 내가 뭘 알고 모르는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자각하지 못하면, 행복과 성공을 얻기는 어렵다.(103)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스케일을 가늠할 수 있다. 누군가는 시기하지 않고 뛰어나 사람에게서 배우려는 마음을 갖는다.(167)

인간은 '혁명'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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