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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2. 16:29

'나는 레이먼드 카버를 왜 읽는지 모르겠다'. 번역된 작품을 시집 빼고는 모두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카버를 좋아하나? 왜 읽지? 좋아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읽기는 늘 읽는다. 나는 그의 글이 장식이 없고 담백하다고 느낀다. 양념이 들어가 있지 않은 재료 그대로의 음식 혹은 칠을 덧입히기 전의 깔끔한 스케치 같은 글. 일상의 어떤 한 장면을 포착하는데 삶 전체를 생각하게 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읽나?

이 작품집에서는 <코끼리>가 오래 남는다.  어머니와 전처와 파산한 동생과 다 큰 자식들에게 자신의 거의 모든 수입을 빼앗기는 남자. 

"첫 꿈에서는 아빠가 다시 살아 있어 어깨에 목말을 태워주었다. 나는 꼬마였다. 아마 대여섯 살. 이리 올라와. 아빠가 말하고 두 손을 잡아 나를 어깨에 훌쩍 올렸다. 바닥에서 높이 올라가 있었지만 무섭지 않았다. 아빠가 나를 붙들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붙들고 있었다....아빠는 계속 걸었고 나는 어깨에 올라타고 있었다. 나는 아빠가 코끼리라고 생각했다.....(두번째) 꿈에는 만족과 행복의 느낌이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나는 어떤 다른 사람들-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있게 되었고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내가 아들 차의 창문을 걷어차 깨면서 아들을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오래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심장이 달음박질 치고 있었다."

이 다음 장면은 주인공이 도시락을 싸서 가족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출근을 하는 장면인데 뭔가 뭉클한 기분이 드는 것이 이 사람이 죽으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왠지 약간 겐 로치의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표제작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에서는 한 밤중에 걸려온 전화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부부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하는 데 남편과 내가 나누는 대화와 똑같아서 놀랐다. 

"만약 언젠가 필요한 때가 온다면 나한테도 플러그를 뽑을 거라고 약속해주기를 바라. 결국 그렇게 되면 말이야. 내가 하는 말 듣고 있어? 이거 진지하게 하는 얘기야, 잭. 해야만 한다면 나한테서 플러그를 뽑아주기를 바라. 약속해 줄래?"

마지막, 체오프에 대한 오마주 격인 <심부름> . 체홉에 대한 이런 글을 썼다면 정말로 그를 좋아했다는 얘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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