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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17. 00:55
나는 소위'지방'대학을 나와 지방대학에서 쭉 공부하고 그 언저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지방대 콤플렉스, 물론 있었지만 '지방'을 떠나서 살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앙'에서 일하는 친구나 선후배에 비하면 내 것은 그저 투정에 가까운 것이었다. 모 대학에서 시간강사 노릇을 하던 시절 출강하는 강사들을 쭉 모아좋고 회식을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대화가 모두(전적으로) 서울대 출신 강사들에게만 집중되어 매우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이것이 '지방'대 출신자로서 내가 겪은 가장 나쁜 기억이다. 이 정도다. 

스승의 날을 핑계삼아 오랫만에 사람들이 모였다. 반가운 인사 뒤에 대화는 자연스럽게 현재 각자의 직장생활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다. 서울대 출신 70%와 어쨌든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들이 나머지 %를 채우는 연구소에서 일하는 후배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조직에서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직위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때 부터 성정이 곧고 바른 그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분노하고 있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선호하는 기업에 다니는 또 다른 후배는 스스로 '분노'보다 '초월'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직장운이 좋다고 했으며, 자신을 로또에 당첨된 사람에 비유했다. 운이니 로또니 하는 것은 그가 지방대 출신임을 감안한 표현들이다. 그는 현재의 직장생활에 불만이 없으며 즐겁게 일하고 있노라고 했다. 오히려 기업은 실적주의를 우선하기 때문에 역량을 키우면 '어느 정도' 승진이 보장된다고 했다. '어느 정도'까지 다 올라간 후배는 그러나 곳이 마지막임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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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대학기업. 그 안에서 지방대는 점점 하청업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in서울 신화는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지방대학은 살아남기 위해 온갖 안간힘을 다 쓴다. 그 안간힘은 모두 기업의 논리에 기반한다. 나는 대학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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