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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30. 13:20

나이 먹는 걸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 그러나 요즘들은 부쩍 나이를 의식하게 만드는 타인의 시선을 느낀다. 뭐, 반은 자격지심일 것이다. 어제는 문득 저들이 사실은 예의를 갖추고 있지만, 속으로는.... 하는 치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느낌을 받는 건 실제로 나이 드는 것과 관련하여 내가 어떤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이 나이 먹도록 이룬 것이 없다, 고 말할 수도 있다. 남편은 여러 바람직한 말로 그렇지 않다고 나를 위로할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중년 여성들이 이런 말을 할 때, 그것은 가정사와는 상관이 없다. 남편과 아이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소외감, 이런 것과도 무관하다. 그것은 오롯이 자신에 국한된 것이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것에 대한 회한 혹은 반성. 나는, 남편과 자식을 뒷바라지 하며 열심히 사느라  본의 아니게 스스로를 방치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훌륭한 사례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정말로 한심할 정도로 게으르게 살았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았고, 갈 수 있는 길을 가지 않았다. 갈 짓자로 갈팡질팡 살아와서 앞으로도 뭘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느지 모르겠다. 두려움 같은 것이 엄습해 올 때도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닥쳐올 노년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머리 속에는 노후를 아름답게 보낼 수 있는 주옥같은 명언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직접 체험되지 않은 말들은 나에게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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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쨌든 나는 내일도 일하러 나갈 것이고, 젊은 애들 틈에서 꼿꼿하게, 상처받지 않는 척, 하루를 지낼 것이다. 그냥 툭,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뭘까,  스스로 불편해하면서도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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