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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7. 12. 20:00

I never had a mother. 표제로 뽑은 에밀리 디킨슨의 이 말을 저자는 "모성의 절대성으로 부터, 자기 정체성과 대결하는 어머니 콤플렉스(mother complex)로 부터 벗어나려는 분투"로 해석한다. 그것은 곧 "내 안의 여성적 힘을 선포하는 것이고, 어머니의 시대를 넘어서는 길이며, 나를 낳은 여자의 분신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다짐을 저자와 저자의 어머니 모두의 것으로 만든다

저자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기록하고 그것을 다시 사회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한 여성의 삶을 개인적인 테두리에 가두지 않고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어머니의 삶을 한 인간의 삶으로 조망한다. 그리고 어머니로 부터 자신을 해방시킨다. 해방시킨다....이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저자가 이미 글쓰기 이전에서 충분히 어머니로 부터 독립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의 상황에 비춰보면 그렇다.

엄마와 말 한마디도 나누기 힘든 나는 이런 글쓰기 작업을 통해서 마더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는가, 의구심이 들었으나(물론 저자의 의도와 무관한 의구심) 이런 글쓰기 방식이 어머니와 딸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가능하게 만든 혹은 강요한 시대적 상황에 대한 훌륭한 기록이며 신선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엄마, 어머니라는 단어가 제목에 있거나 모녀관계,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가 주요 테마로 등장하는 책을 읽지 않는다. 은근하고 바람직한 강요도 구역질이 나고, 갈등관계를 부각시키는 이야기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현실에서도 그런데 책으로까지 읽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 책은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구입했다. 엄마와의 관계 개선 아니, 나 혼자 마음의 정리를 하는데 도움을 얻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읽는다고 뭐가 달라지냐, 라는 생각도 있었고 실제로 그 생각이 맞긴했다. 책 한권으로 나의 inner child가 행복해 지지는 않는다. 이런 실용적인 목적으로 재단하지 않는다면 이 책의 시도는 말했듯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의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덱스 해놓은 부분을 기록해 보면 나의 욕망이 보일까.

글쓰기의 본질은 불가능을 '실현'하는 일이 아니라 '시도'하는 일이라 믿는다. 보여지지 않았던 것을 보이게 하는 것, 말해지지 않았던 것을 말하게 하는 것은 글을 쓰면서 품게 된 꿈이다. 10

세월이 지나 엄마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가족 구성원, 특히 할머니를 비롯한 시가 친척들과 불화했다. 내가 실어의 시간을 경유해 다른 목소리로 말했을 때 나는 절친했던 몇몇 사람들과 멀어졌다. 그것은 목소리와 불화의 상관관계를, 한 집안과 사회가 소수자의 목소리를 차단함으로써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기존 체제는 약자의 침묵으로 고요한 평화를 유지한다. 84

'최고가 되라'는 말은 덕담이 아니라 가스라이팅처럼 느껴진다. 모든 사람이 최고가 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필요한 것은 우리가 최고가 아니라도 존중해주는 사람이다. 나는 발레리나가 되지 않았고(못했고) 글을 쓰고 있지만 최고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쓰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쓰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것이 최고가 되는 것 보다 어려운 일인지 모르지만. 122

모성에 덧씌워진 신화를 걷어낼 때 우리는 자신과 어머니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32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원하는 여성이 있다-많다는 것 역시 핵심이 아니다. '그 선택' 말고 '다른 선택'이 가능했느냐가 핵심이다. 209

"어떻게 자존감을 지킬 수 있었어?"라고 묻자 엄마는 "책을 읽으면서."라고 대답했다. 그 말은 나에게 일종의 경구(aphorism)다. 열렬히 읽는 삶이 그녀를 그녀이게 했다면,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사는 한 타인이 나를 훼손해도 나는 훼손당하지 않고, 타인이 나를 모욕해도 나는 모욕당하지 않으며, 타인이 나를 소멸시키려 해도 나는 소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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