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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27. 11:26

'이제 에세이는 그만~! 내 나이 아래 작가들의 에세이는 그만~! '이라고 결심했으나 김혼비의 유쾌한 글을 외면하기는 어려웠다.  일단, 짧막짧막한 토막글이 아니라서 좋았다. 한 꼭지의 글이 10페이지가 넘어서, 해당 주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충분히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그래서 신뢰가 갔다. 2부 '한 시절을 건너게 해준'의 글 보다는 1부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어'의 글들이 좋았다.(2부의 이야기 톤이었으면 실망했을 듯, 작가들의 개인사와 개인적 성장담에는 관심이 없다. 에세이 그만! 선언도 이런 맥락이다).

마음을 끈 글은 '그의 SNS를 보았다'이다. 좋아하는 뮤지션이 자신의 SNS에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을 게재하는 것을 보고 쓴 글에 누군가의 댓글-가정 형편도 어려운 와중에 알바하는 틈틈이 어떻게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 하느라 다른 걸 돌아볼 시간도 없었을 텐데 그깟 맞춤법 좀 엉망이면 어떻다고. 그걸 뭐라고 하는 사람은 참...'(101)-로 아차, 하는 경험을 적은 글이다. 김혼비는 이 댓글이 '맞춤법을 기본'으로 여겼던 엄격함 때문에 보지 못한 '기본 너머의 세계'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썼다.  주야장천 '기본'을 부르짖는 나의 태도에도 제동을 걸어주는 글이었다. 'D가 웃으면 나도 좋아'-#내가이제쓰지않는말들-도 좋았다. '연애'나 '사랑' 같은 단어를 이성애자의 전유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種차별적 언어를 무심결에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게 되었다.

1부의 글들은 대부분 이런 톤의 글로 채워져 있었다. 김혼비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글이었고,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상식에 흠집을 내주는 글이라서 좋았다. '조상 혐오를 멈춰주세요'는 남편이나 훗날의 사위가 될 사람에게 읽히고 싶은 글이기도 하다. 1부의 글로만 산문집이 채워졌더라면 훨씬, 좋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경쾌한 태도로 진지하게 할 얘기를 하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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