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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7. 17:03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제목을 잘 뽑았다고 생각했다. 인식의 전환, 그로 인한 삶의 전환이 일어나면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정희진이 그랬듯 권김현영 또한 여성들의 언어를 강조한다.

나에게 페미니스트란 차별과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사람, 알고자 하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페미니스트는 올바름의 이름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8).

왜 여성에게 언어능력이 발달되었느냐면, 끊임없이 여성에게 설명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왜 여성의 언어가 이렇게 모욕당하고 훼손되느냐면, 여성에게는 말만 있을 뿐 그 말에 귀 기울일 청중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비평가도 없기 때문이다.(133).

모든 저항의 시작은 언어적 틀을 새롭게 짜는 것.....폭력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도록 새로운 이름붙이기가 필요했다(212.)

주로 이런 부분에 포스트 잇이 붙어 있었다. 

개별 주제에 대한 해석과 진단들이 새로운 시각을 부여해 주었다. 그런데 뭔가, 그래서? 그 다음은? 에 해당하는 답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은 <미투의 정치학>에서도 여전했다. 중간쯤 읽다가 미뤄두었던 책인데, 왜 이 좋은 글을 이제야 읽지? 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읽었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권력집단에 속한 피해자 운운하는 방식의 글에 대해, 검사가 나섰으니 다루어졌지 가난하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성이 호소했다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를 지적하며 이런 방식의 논의는 젠더문제를 계급문제로 접근해서 잠재적 피해여성을 '분열'시키는 방식이라고 지적한 부분(102)이 기억에 남았다. 젠더 문제를 다룰 때는 그 주제 뿐만 아니라 주제를 다루는 방식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매우 예리하다. 직접적으로는 '은유'의 글쓰기 방식에 대한 비판이기도 한데, 괜히 덩달아 찔렸다. 특히, '가장 나중에 말하기 방식' 부분에서.

<미투의 정치학>에서는 특히, <춘향에겐 성적 자기결정권이 필요했다>를 잘 읽었다. 성폭력 피해자를 다루는 방식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대체 피해자에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목슴까지 걸고 저항하라고 요구하는 것일까.....성폭력 사건을 해석할 때, '저항' 여부가 기준이 되는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를 위한 보호 장치가 되기 쉽다.(137).....피해자에게 왜 거부하지 않았냐는 질문은 가해자에게 거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행동했느냐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한다.(140).

읽는 김에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도 읽었다. 역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잘 읽었다. 글을 참 잘들 쓴다. 공부도 공부지만, 나는 또 이렇게 자신의 관심사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그들의 자원을 부러워한다. 세 책 모두 같은 연대에 있는 사람들이 쓴 책이다. 여전히 위에서 했던 질문, 그래서? 그 다음은? 은 유효하다.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언젠가 정희진을 비판한 S를 만나 물어봐야 겠다. 정희진류의 여성주의가 어떤 비판을 받고 있는지. 나는 여전히 그에게 자극받고, 그의 책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는데.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권김현영,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9.12.  

<미투의 정치학>, 정희진 엮음, 교양인, 2019.2.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김은실 엮음,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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