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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yes2 2024. 10. 15. 18:25

「2024 제15회 젊은 작가상수상작품집」에 실린 <보편 교양>을 통해서 김기태를 처음 알았다. 익숙한 대상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적잖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결국, (공)교육이 이렇게 활용되는구나, 이렇게 배반당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독서 모임 프로그램을 구상하면서 <보편 교양>을 공부 혹은 교육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주제로 선택 했는데 이참에 김기태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게 되었다.

알라딘의 소설MD는 김기태의 소설을 "세태소설"이라 칭했다.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거의 모든 작품이 당대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런 저런 사회적 세태가 등장인물을 둘러싸고 있다. 최근 읽은 작품 중에서 사회성이 가장 도드라진 작품들이다. <세상 모든 바다>와 <로나, 우리의 별>은 대중문화,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아이돌 문화의 분위기를, <롤링 선더 러브>는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특정 TV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작금의 노동시장을, <보편 교양>은 교육시장의 그늘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집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전조등>이었는데, 말끔한 주인공의 삶을 그저 기술할 뿐인데도 서늘하게 충격적이었다. 상식적인 시각으로 보면 아무 일 없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삶인데 뭐라 말할 수 없는 서늘함이 있는 작품이다. <태엽은 12와 1/2바퀴>는 낡은 시계처럼 늙어가는 주인공의 쓸쓸함을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특별한 잘못도 없이 사회적 한계에 갇힌 두 젊은이를 보여준다.

<전조등>의 '서늘함'은 무엇일까? 평균치의 삶, 상식적인 수준에서 볼 때 흠 잡을 것이 별로 없는 삶이다. 이런저런 삶의 고민과 그렇고 그런 고통이 없다고 할 수 없겠으나 주인공의 삶은 둥글지도 각지지도 않은 그의 안경처럼 무난하다. 그러면 되지 않나? 이렇게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주인공이 이룬 사회적 성취도 만만치 않은 것인데. 뭐가 자꾸 이 소설을 생각나게 하는 것일까. 피상적인 삶? 깊이 없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