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처음에는 그렇고 그런 철학입문서라 생각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유명 철학자들의 철학을 간단하게 요약해 주고 현대의 시사점 정도를 제시해 주는 대중적 철학서 말이다. 김영하 북클럽 선정도서가 되고, 겨울서점에서도 언급이 되면서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음, 그래. 권위에 약하다).
우리 동네 서점에는 '철학'섹션과 '자기개발' 섹션이 붙어 있다. 고대 아테네의 '반스앤노블'에서는 이 두섹션이 하나였을 것이다. 그때는 철학이 곧 자기계발이었다. 그때는 철학이 실용적이었고, 철학이 곧 심리 치료 였다. 영혼을 치료하는 약이었다/11
이 책이 다른 철학입문서와 구분되는 점이 있다면 바로 위 인용문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하나의 학문으로 철학이 분화되기 이전 즉, 지식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사고 방식으로서의 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앞부분 보다 뒤로 갈수록 몰입감이 높아졌는데, 아마도 인생의 순서에 따라 철학자들을 배치한 저자의 의도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부 새벽-2부 정오-3부 황혼. 2부 정오에 배치된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과 3부 황혼에 배치된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는 법'을 잘 읽었다. 내년에는 아무 의도와 목적없이 자주 친절을 베풀 수 있기를, 그리고 내가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있는 일에 집중하기를 이 책을 통해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악마는 밤에 나타나지 않는다. 아침에 공격한다. 우리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 가장 취약하다. 바로 그때가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여기 있는지에 대한 기억이 돌아오는 때이기 때문이다./22
마르쿠스는 골치 아픈 사람에게 영향력을 빼앗으라고 제안한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것. 다른 사람은 나를 해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머리속에 있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옳은 말씀이다.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쓰는 걸까? 생각은 당연히 내 머리가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인데./22
이 챕터는 기존의 삶에 안주하느냐, 앞으로 나아가느냐 문제로 해석된다. 앞으로 나갈 때 방해가 되는 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의 문제.
2.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 하는 법
이 세상에 '소크라테스의 사상' 같은 것은 없다. 소크라테스의 사고방식만이 있을 뿐이다. 소크라테스에게는 수단만 있을 뿐. 그 끝은 없었다. 오늘날 우리가 아테네의 잔소리꾼을 기억하는 것은 그가 알았던 지식 때문이 아니라 그가 그 지식을 알게 된 방식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지식보다 방법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식은 곱게 늙지 못한다. 하지만 방법은 그럴 수 있다.... 삶을 성찰하려면 거리를 둬야 한다. 자기 자신을 더 명확하게 들여다보려면 자신에게서 몇 발짝 물러나야 한다. 이렇게 거리를 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게 철학과 대화는 사실상 동의어였다./51
좋은 질문은 똑똑한 대답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침묵을 끌어내기도 한다./71
너무 익숙한 소크라테스. 아마도 가장 수월하게 읽어낸 장이 아닐가 싶다. 언젠가 '인터뷰'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계획을 세운적이 있는데...기억하고 있다. 쓰게 될까. 삶에서 인터뷰의 기능 같은 것, 결국은 소크라테스의 '대화'같은 의미가 아닐까.
3. 루소처럼 걷는 법
걷는 데에는 인류 문명의 인위적 요소가 전혀 필요치 않다. 가축도, 사륜마차도, 길도 필요 없다. 산책자는 자유롭고,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는다. 순수한 자기 사랑이다./91
루소는 그저 그 어떤 판단도 기대도 없이 걸었다. 이렇게 걸을 때 우리의 경험은 성스러운 것에 가까워진다./98
내가 알고 있는 루소의 철학과 '걷는 법'이라는 것이 쉽게 연결이 되지는 않았다. 그저 루소의 자연주의가 인위적인 요소가 필요치 않는 걷기와 어떤 면에서 연결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했다.
4. 소로처럼 보는 법
관찰이 흥미로워지려면, 즉 중요한 의미를 가지려면, 반드시 주관적이어야 한다./121
<월든>은 각성제로 쓰인 것이지, 처방전은 아니었다./132
매일 틀에 박힌 것만 보지 않겠다는 다짐에서, 소로는 자신의 관점을 바꾸었다. 가끔은 작디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늘 가던 길이나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머리카락 한 올만큼만" 벗어나도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133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있는 게 아니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마음 속에 있다. 자기 자신을 향상시키지 않고는 자신의 시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보는 것의 역학은 양쪽으로 작용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보는지를 결정할 뿐 아니라, 무엇을 보는가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한다. <베다>에서 말하듯, "당신이 보는 것이 곧 당신 자신이다."/134
소로는 어디에도 매여 있지 않을 때, 자신과 빛 사이에 아무것도 없을 때 가장 잘 볼 수 있음을 알았다. 소로는 본인을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비본질적인 것들은 다 쳐내고 문제의 핵심으로 치고 들어가는 수학자에 비유했다./137
삶에서 무엇에 주목하는가,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태도가 된다는 것. 소로를 통해서 일러주고자 한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5. 쇼펜하우어처럼 듣는 법
6.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에피쿠로스는 경험론자였다. 그는 우리의 감각을 통해, 오로지 우리의 감각만을 통해 세상을 알 수 있다고 믿었다. 감각이 완벽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밖에 다른 믿을 만한 지식의 원천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와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은 착각을 한 것이거나 무언가를 팔고 있는 것이다./194
에피쿠로스는 결핍과 부재의 측면에서 쾌락을 규정했다. 그리스인은 이러한 상태를 아타락시아(ataraxia)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를 만족으로 이끄는 것은 어떤 것의 존재가 아니라 바로 불안의 부재다. 쾌락은 고통의 반대말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를 뜻한다. 에피쿠로스는 향락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평정平靜주의자'였다./197
7. 시몬느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관심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어디에 관심을 기울이기로 결정했느냐, 더 중요하게는 어떻게 관심을 기울이느냐가 곧 그 사람을 보여준다./222
8. 간디처럼 싸우는 법
9.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물론 공자가 친절을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공자는 친절을 개인이 원할 때 베푸는 것에서 철학의 핵심 개념이자 훌륭한 통치의 근간으로 한 단계 승격시켰다. 공자는 친절과 사랑을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려놓은 첫 번째 철학자였다./311
맹자는...당신이 인간이며 '측은해하는 마음이 인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우리는 "마음의 동요"를 경험한다. 그렇지 않다면 온전한 인간이 아니라고, 맹자는 말한다.(하지만 맹자는 그 어디에서도 사람들이 실제로 그 아이를 도울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측은한 마음과 행동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많은 좋은 의도가 그 사이로 떨어져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318
공자를 '친절'이라는 키워드로 읽어낸 것이 새로웠다. 통치의 근간으로써의 친절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10.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세이 쇼나곤은 자기 렌즈가 투명하고 깨끗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이 온전히 자신만의 생각일 수 있도록 치열하게 노력했다./337
처음 들어본 인물. 읽을 수록 일본다운 정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하지 않으나 아름다움 그 것. 꼭 알맞은 용도로 간결하게 제 자리에 놓여있는 그 것. 내가 좋아하는 품위있는 그 것. 좋았다.
11.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
소크라테스가 물음표의 철학자라면 니체는 느낌표의 철학자다./375
니체는 언제 한 번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하는 인물.
12. 에픽테토스러첨 역경에 대처하는 법
삶의 많은 것들이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지배할 수 있다. 바로 우리의 생각과 충동, 욕망, 혐오감, 즉 우리의 정신적·감정적 삶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헤라클레스의 기운과 수퍼히어로의 파워가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내면세계만을 제어할 수 있다. 내면세계를 지배하라, 그러면 "천하무적"이 될 것이라고, 스토아철학은 말한다./408
우리 생각과 행동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듯 우리 감정에 대한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 감정은 우리가 내리는 판단의 결과이며, 이 판단은 틀린 경우가 많다./410
인상에서 동의로 이어지는 끈을 잘라내야만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소크라테스식 멈춤(나는 이를 "위대한 멈춤"이라 부른다)이 도움이 된다. 에픽테도스는 이렇게 말한다. "선명한 인상에 빠져들지 말고 이렇게 말하라. '인상이여, 잠시 기댜리게. 네가 무엇인지, 무엇을 나타내는지 살펴보게 해주게. 너를 따져보게 해주게'" 고난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내리는 선택임을 깨달아야만 더 나은 선택을 내리기 시작할 수 있다./411
물론 뜨겁지...비결은 뜨겁다는 데 마음을 쓰지 않는 거야....고통을 느꼈지만 그 고통은 날것의 감각, 반사적 반응에 그쳤다. 이 반응은 본격적인 감정으로 발달하지 않았다. ... 말 그대로 고통에 마음을 쓰지 않았다. 몸이 경험한 것을 마음이 경험하고 증폭시키도록 두지 않았다./412
아마도 최근의 일과 관련해서 가장 많은 포스트 잇을 붙인 챕터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실용적이고 현재의 혼란한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길잡이가 많은 챕터였다. 최근의 심리학과 연결되 되는 내용. 두고두고 참고할 챕터이다.
13.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14. 몽테뉴처럼 죽는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