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건성으로 살지 않기

yes2 2012. 2. 16. 11:53
옛날에 이선생님이 "글을 쓰면 건성으로 살지 않게 되요"라고 했다. 나는 그녀의 말이 마음에 들었고, 그 말을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꽤 진지하게 썼다. 건성으로 살지 않는 것, 어쨌든 나는 그 한동안 스스로에게 자부심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요 몇년...바쁘고 정신없다는 핑계를 자꾸 대려고 한다. 그럴수록, 스스로를 돌봐야 하거들. 역할과 책임을 많이 생각하고 존재를 돌보지 않았다. 자부심 대신 얻은 것은 자괴감. 이러다 어디선가 삐끗할 것 같은 불안. 어쩌면 이 또한 나의 고질적인 허위의식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절대 이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에 쉽게 적응하고 매몰되는 사람이 아니야. '적절하게' 적응하지 않고 살기가 쉽지 않다. 삼년만에 찾아온 모처럼의 여유 앞에서 건성으로 살지 않는 법을 잃어버리고 허둥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