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길을 잃다

yes2 2010. 1. 8. 20:38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쪽팔린 와중에도 설레임 같은 거, 잘 해봐야지 하는 각오 같은 게 있었다. 4개월 남짓 나는 거의 넉 다운 수준이다. 일에 재미를 느끼기도 어렵고, 조직의 이상한 기류와 사람들의 태도를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 나는 하루종일 , 쉬지 않고 기계적으로 일한다. 이것이 내가 여기서 견디는 방식이다.

많은 것을 착각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일의 성격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나는 그저 소모적인 일을 할 뿐이다. 간단한 조사와 통계분석을 연구라는 이름으로 수행한다.  더구나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에 있어서 나의 기준은 다른 사람들과 천지차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그동안 사람들과 어울려왔던 방식이 여기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 게다. 따지고 보면,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무례한 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살아남고 싶은 것 뿐이다. 이해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방식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박의 말대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꼬박꼬박 출근한다. 일년도 못채우고 그만 둔다는 비난을 듣기도 싫고, 어쨌든 pick up해준 Pro. Lee에게도 예의는 아닌 것 같고, 때 맞춰 통장으로 입금되는 월급도 달콤하다. 나는 조금 더 일을 하고 싶고, 이왕이면 내 식대로 잘~하고 싶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도움이 될 정도의 정보는 얻고 난 뒤에 그만 두고 싶다. 깨끗하게 단념해야 할 것과 챙겨야 할 것들을 선택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어렵다. 그보다 더 큰 두려움은 이렇게 타협하면서 나도 그들과 같아지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