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9월 10일

yes2 2009. 9. 10. 22:35
◆ 가만히 앉아 있다가 이렇게 한가로울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야말로 '벌떡'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언젠가 잡지에서 본 적이 있는 있는 미술관이 생각나서 무작정 진천으로 차를 몰았다. 길에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금방 점심을 먹었는지 이빨 사이에 고추가루가 낀 주유소 아저씨는 열심히 팔을 휘져으며 길을 설명했고, 농협 직원은 친절히 약도까지 그려주고 가다가  못찾으면 연락하라고 명함까지 건네주었다. 기분이 좋았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작은 善들에 요즘 크게 감동한다. 얼마 전 부터 그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에서 주인공 꼬마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제안한 숙제가 머리속에 맴돌았었다. 바로 이 피라미드. 나는 점점 거대담론이나 어떤 대의명분 보다 일상적 태도들의 건강함에 주목하게 된다.



◇ 물어 물어 찾아간 상촌미술관은 건축물 자체가 볼거리다. 미로 같은 느낌도 들고, 일본 정원 같은 느낌도 언뜻 들었다. 첫 인상은 아~참 이쁘다, 였는데 이곳저곳 어슬렁 거리고 다니자니 공간의 분할이 좀 답답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늘못'이라 이름 붙인 곳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오래된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좋았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 혼자 있다는 적막한 느낌도 좋았다. 

 

9 to 5 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 이런 한가함은 당분간 접어야 할 것이다. 너무 오래 나에게 익숙했던 나른하고 권태롭고 한가하고 지루한 오롯이 나만의 시간들. 가장 섭섭하고 아쉬운 것이 바로, 시간을 내가 관리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 나는 새로운 장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