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만듦새로 치면, 지금까지 만난 책 중에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마음을 다해 정성껏 만든 티가 나는 책이고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등의 필진도 「음악소설집」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성희의 <자장가>를 가장 먼저 읽었다. 「날마다 만우절」을 계기로 윤성희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높아진 탓도 있고 뭐랄까, 필진 중 평범하고 일상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고 난 후의 감상을 두 단어로 표현하면, '슬프고 아름다운'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고로 죽은 딸이 엄마의 꿈에 들어가 엄마를 위로하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이야기. 눈물을 피할 수 없는 이야기다. 마지막 장면이 아름다웠고, 책장을 덮고도 한참 울었다.
주말의 학교 운동장에는 가족단위로 운동을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 딸과 젊은 부부가 함께 트랙을 돌다가 엄마가 '나 잡아봐라'고 아이에게 등을 돌리며 뛰는데 쫒아가던 아이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사라질 것 같은 엄마, 달려도 따라잡을 것 같지 엄마. 젊은 엄마는 뛰던 걸음을 멈추고 아이에게 돌아와 아이를 힘껏 안아주었다. 저렇게 '엄마'가 온 우주인 것을. 나는 어린시절에 그 '우주'를 충분히 내것으로 만끽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내가 보이는 것 같아서 운동장을 힘차게 돌다가 잠깐, 울컥했다.
나는 요즘 책을 읽으면서 궁시렁 대는 습관이 생겼다. '아휴 참~ '. '아, 너무 힘들다. 어쩌자고'. 옛날에 할머니와 엄마가 드라마를 보면서 궁시렁 거리는 것과 같은 모습.
이 소설집을 읽고 뭔가를 쓰고 싶었다. 뭐였을까. 중구난방으로 겉돌기를 하고 있는 나.
이